
3·1운동 참여, 대한청년외교단서
독립여론 조성에 앞장
‘세계피압박민족회의’ 참여해
국제사회에 독립 의지 알려
1946년 독일어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로
한국 이해 확산
재외동포청(청장 이상덕)은 8월 ‘이달의 재외동포’로 유럽에서 조국의 독립을 알리고 한국 문화를 전파한 문학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의경(1899~1950, 필명 이미륵) 지사를 선정했다.
1899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이 지사는 경성의학전문학교(현재 서울대 의과대) 재학 중 1919년 3·1운동에 참여했고, ‘대한청년외교단’ 편집부장을 맡아 ‘외교시보’와 ‘국치기념경고문’ 등 선전물을 발간해 배포하는 등 독립 여론 조성에 앞장섰다.
그는 이 같은 활동이 일제에 발각되자 탄압을 피해 상하이로 망명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구호 임무 수행을 위해 설립한 대한적십자회에서 간호사 양성 업무를 맡았다.
상하이에서 안중근 의사의 가족들과 교류하며 민족의식을 더욱 다진 그는 1920년 안 의사의 사촌 동생 안봉근과 함께 프랑스를 거쳐 독일로 건너가 유럽에서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192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세계피압박민족회의’가 열리자 독일 뮌헨대학에서 동물학과 철학을 공부하던 그는 베를린에서 유학 중이던 이극로, 황우일, 프랑스의 김법린 등과 함께 대표단을 만들어 참여했다.
이들은 ‘한국의 문제’라는 결의문을 만들고, 이를 독일어, 불어, 영어 등으로 번역해 조국이 처한 상황과 독립 의지를 국제사회에 알렸다.
이 지사는 1928년 독일 뮌헨대학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전공을 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필명을 이미륵으로 해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자신의 어린 시절과 3·1운동 참여, 망명 과정 등을 자전적 형식으로 담아 1946년 독일어로 출간한 장편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는 인간성 상실의 상황에서도 지켜낸 인간 내면의 순수성과 가족애 등을 다뤄 전후 상실감에 빠져 있던 독일인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독일의 한 잡지는 당시 ‘올해 독일어로 쓰인 가장 훌륭한 책’으로 이 소설을 선정했고, 이후 독일 교과서에도 수록돼 독일인들에게 널리 읽히며 우리 민족의 삶과 한국의 정서를 현지에 전파했다.
이 지사의 문학은 한국과 독일 양국 간 상호 신뢰를 형성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1964년 독일 정부가 한국에 1억 5천만 마르크(약 3천만 달러)의 차관을 조건 없이 제공한 배경에는 그의 작품을 통해 형성된 독일인들의 한국에 대한 신뢰와 공감이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회자하고 있다.
1948년부터 자신의 모교 뮌헨대학 동양학부에서 한국학과 동양철학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의 길을 걷던 그는 1950년 3월 위암으로 타계했다.
우리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63년 대통령표창,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으며 2024년 11월 독일 그래펠핑에 안장돼 있던 그의 유해를 국내로 봉환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했다.
이상덕 청장은 “이의경 지사는 3·1운동의 함성을 유럽까지 이어갔으며 문학을 통해 조국과 민족의 위대함을 세계에 알린 인물”이라며 “광복 80주년인 올해 8·15 광복절을 맞아 이의경 지사의 숭고한 독립 정신을 기리고자 8월의 재외동포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