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처 옮기며 수사망 피해…
마닐라 고급 리조트서 투숙하다 덜미
국내 송환 뒤 구속영장 신청 예정…
범행 동기•잔액 파악 중
건보공단 “7억2천만원 회수…
횡령액 보전 위해 최선 다할 것”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횡령 사건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한 지 1년 4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관리팀장으로 재직하며 총 46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는 최모(46)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10일 밝혔다.
최씨는 2022년 4월 27일부터 총 7회에 걸쳐 17개 요양기관의 압류진료비 지급보류액 46억2천만원을 본인 계좌로 송금해 횡령한 뒤 해외로 도피했다. 횡령한 자금은 가상화폐로 환전해 범죄 수익을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2년 9월 최씨의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최씨가 필리핀으로 도피한 사실을 파악하고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행했다.
동시에 수사관서인 강원청 반부패수사대와 코리안데스크(외국 한인 사건 전담 경찰부서), 경기남부청 인터폴팀으로 구성된 추적팀을 편성해 약 1년 4개월간 추적한 결과 최씨가 필리핀 마닐라 고급 리조트에 투숙 중인 것을 확인했다.
추적팀은 검거를 위해 현지 경찰과 공조해 은신 중인 최씨의 동선과 도주 경로를 파악하고, 세탁물 배달원 등 현지 정보원을 활용해 최씨의 얼굴 사진을 촬영해 동일인임을 확인하는 등 세부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원활한 검거를 위해 주필리핀한국대사 명의 서한문을 필리핀 법무부 장관에게 발송했으며 주필리핀 대사관 총영사가 직접 이민청장과 면담해 검거를 독려하기도 했다.
검거 작전은 9일 저녁에 이뤄졌다. 필리핀 코리안데스크와 현지 경찰로 구성된 검거팀이 최씨의 은신처로 출동, 5시간 잠복한 끝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는 최씨를 붙잡았다.
최씨는 그동안 필리핀에서 거처를 지속해서 옮기며 수사망을 피해 왔다. 경찰은 최씨의 가상화폐 거래 내용을 토대로 끈질기게 최씨의 뒤를 쫓은 끝에 거처를 파악해 검거에 성공했다.
최씨는 범행 한참 전 이혼한 뒤 홀로 살고 있었으며, 범행 이후 가족과 연락하거나 접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뚜렷한 범행동기가 파악되지 않는 가운데 경찰은 최씨의 가상화폐 계좌에 남은 금액을 파악 중이다.
경찰은 필리핀 당국과 최씨의 국내 송환 절차를 추진, 최씨가 송환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한편 건보공단은 이날 검거 소식이 알려진 뒤 보도자료를 내고 “2022년 9월 횡령 사실 확인 즉시 경찰에 형사고발 조치하고 민사소송을 통해 계좌 압류•추심 등을 진행해 작년에 횡령액 46억원 중 약 7억2천만원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산명시 신청과 재산조회 등을 계속 실시하며 나머지 채권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피의자가 국내로 송환되는 대로 경찰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채권환수 조치 등 횡령액 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