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진술•압수물•CCTV 분석…
단독 범행 가능성에 무게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41•서울 송파을) 피습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계획성과 공범•배후 여부 등 범행 실체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공휴일인 이날도 지난 25일 배 의원 피습 사건이 벌어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건물 미용실 관계자 등 목격자 진술과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배 의원은 25일 오후 5시 20분께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달려든 중학생 A(15)군으로부터 돌덩이로 여러 차례 머리를 공격당했다.
경찰은 무엇보다 A군의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사건 발생 2시간 전 연예인이 많이 오는 미용실에 사인을 받겠다고 외출했다가 배 의원을 만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범행 직전 미용실에 들어가 특정 연예인 연습생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A군이 배 의원을 노리고 공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A군이 3∼4주 전부터 범행 장소 인근을 배회했다는 목격자 증언을 확보했지만, 현재까지 그 시기에 미용실 등을 찾은 흔적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이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 집회에 참석한 자신의 모습을 같은 학교 학생들과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고, 이 대표 피습 사건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경찰은 A군의 휴대전화 메시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용 외에도 병원 진료•처방 내역과 학교 생활 기록 등도 살피면서 진술의 사실 여부를 파악 중이다.
A군의 휴대전화 등 압수물과 거래 계좌 등을 토대로 공범이나 배후 세력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수사 상황을 종합하면 결국에는 이 대표 피습 사건의 피의자와 마찬가지로 A군이 단독 범행했다고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A군이 공범이나 배후 세력 없이 배 의원을 공격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강남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A군은 최근 우울증 증상이 심해져 폐쇄병동에 입원하란 지시를 받고 대기 중이었으며 범행에 사용한 돌은 평소 지니고 다닌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군에 대해서는 당분간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경찰은 현행범 체포 등으로 신병을 확보한 피의자에 대해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거나 석방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입원 조치로 사실상 신병을 확보한 만큼 일단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고 보고 체포 시한이 만료된 전날 오후까지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경찰은 범행 당일인 지난 25일 A군을 보호자 입회하에 조사한 뒤 미성년자인 점과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이튿날 새벽 응급입원 조처했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자•타해 위험이 있어 사정이 급박한 경우 정신 의료 기관에 3일 이내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다.
주말을 거쳐 오는 30일 응급입원 기간이 만료되면 보호자 동의하에 보호 입원 절차를 거치고, 경찰이 해당 병원을 찾아가서 A군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주변인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A군은 지난해 1학기부터 학교 안에서 갈등이 있었고 교육기관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에서 상담받은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병원 치료도 받았는데 병원에서는 A군에 대해 흔히 조울증이라고 부르는 ‘양극성 장애’ 소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이 평소 자신의 옷에 피를 묻히고 다니는 등 기행을 일삼았다는 이웃의 목격담도 있다.
온라인에도 A군의 지인이라는 학생들이 올린 글들이 널리 퍼지고 있다. A군이 과거 다녔던 초등학교나 현재 다니는 중학교에서 친구를 스토킹하거나 괴롭히는 등 문제 행동을 했다는 내용이다.
또 일각에서는 A군이 지난해 경복궁 담벼락을 스프레이로 훼손한 설모(28) 씨의 영장실질심사 출석 현장에 나타나 설씨에게 지갑을 던진 인물과 동일 인물이란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