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중 2명이 무단 이탈했다고 한다.
추석 연휴 전인 지난 15일 숙소에서 나간 뒤 연락두절 상태라는 것이다.
당국은 이들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다방면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는데, 오는 25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이탈 신고를 거쳐 불법체류자로 이들의 신분이 분류될 예정이다. 이번 달 시범사업 시작 전부터 기대와 함께 우려가 교차하는 사업이었는데, 제대로 이 사업이 목표로 했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로 보인다.
서울시와 노동부는 24일 간담회를 열고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탈 방지를 위해 현행 월급제 외에 주급제도 허용하고 그들의 취업 활동 기간을 현재 7개월에서 최장 3년으로 연장하기로 했으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모국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고임금을 받는 외국인 노동자의 입장과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국내 산업 현실을 십분 고려하지 않고 당국이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이다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이탈한 가사관리사 2명도 제조업과 농어촌 등 더 많은 임금을 주는 곳으로 가려고 불법 체류를 감수했을 가능성이 있다.
청년층의 중소 제조업체 취업 및 농어촌 노동 기피로 인해 외국인 불체자라도 고용하겠다는 사업장이 차고 넘치는 구조적 요인이 크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은 저출생 해소 방안 차원에서 도입이 추진돼 왔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외국인 여성을 고용해 가사 및 육아 업무에 투입하면 취업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와 출산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고가 바탕에 깔렸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과 육아의 질 문제는 차치하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가정에 실질적 혜택이 가도록 설계된 제도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가사관리사를 고용하기로 계약한 142개 가정을 지역별로 보면 동남권인 서초•강남•송파•강동구에서 총 66가정이 계약해 46.5%를 차지했다. 서민 가정을 위한 관리사가 이른바 ‘강남 엄마’의 가정부처럼 된 것이다. 월급이 250만원 가량의 가사관리사를 고용할 수 있는 가정이 부유층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당국이 간과한 것이다.
가사관리사 비용이 홍콩(월 최소 83만원) 수준처럼 되면 지속가능한 사업이라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장도 있으나 여권 내부에서조차 반대 의견이 불거질 만큼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은 쉽게 이뤄질 수도 없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의 임금이 너무 낮다면 오히려 더 많은 불체자를 양산하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외국인 가사관리사 1천200명을 추가로 들여온다는데, 계획한 것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밀어붙였다간 화만 더할 뿐이다.
시범사업 실시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현실적인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