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 피했지만 최저 수준은 아냐”…
“기업 수장들 워싱턴 찾아 필사적 로비”
“韓정치불안에 합의 지연”,
“李대통령 정치적 승리” 평가도
30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타결에 외신들도 막판 극적 타결이라며 관련 소식을 상세히 다뤘다.
외신들은 한국이 새 정부 출범 후 촉박한 시한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상한 끝에 25%의 관세율은 피하게 됐다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을 ‘미국에 여섯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이라 부르며 이번 합의는 수개월간의 협상 끝에 이룬 결과물로, 8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상호관세율 25%와 징벌적 조치들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한미 협상 결과를 두고 미국의 ’10대 무역 상대국이자 주요 아시아 동맹국’인 한국과 당분간 긴장을 완화하는 협상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미 CNN 방송은 “미국과 한국은 지난 20년간 수많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으며,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을 포함해 여러 차례 재협상을 거쳤다”고 전했다.
CNN은 한미가 합의한 새 관세율 15%를 두고 “지난 4월부터 미국이 한국과 수십개 국가에 부과하던 최소 관세율인 10%보다는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관세율이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25%보단 낮지만, 최저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CNN은 “현재 수준에서도 트럼프의 관세는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연율 0.1% 감소하며 4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5% 관세가 부과됐다면 경제적 고통은 더욱 극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미국 제조 시설 건설을 위한 기계류라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이번 발표는 삼성, 현대, 한화 수장들이 첨단 제조 분야에 대한 새로운 미국 투자를 약속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필사적인 한국의 로비 활동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및 이재명 정부 출범 등 한국 국내 정치와 연관 지어 무역 협상 과정을 다룬 외신들도 여럿 있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한미 무역협상 과정을 두고 “지난 6월 새 정부가 선출되면서 미국과 무역 협상을 재개해야 했던 한국인들에게는 긴 여정이었다”고 평했다.
NYT는 “이재명 대통령은 당초 7월 9일이었던 협상 시한이 8월 1일로 연장되면서 유예 기간을 받았지만, 농산물 시장 같은 어려운 문제를 두고 시간 싸움을 벌여야 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도 이번 협상은 특히 한국 새 정부에 까다로웠다고 평했다.
블룸버그는 이 대통령이 미국에 한국 쇠고기와 쌀 시장에 더 많은 접근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2008년 광범위한 시위를 촉발했다고 덧붙였다.
FT도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한미 회담은 수개월간 지연됐다”고 짚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합의가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승리’를 의미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이번 합의는 한국이 백악관의 조건에 복종하길 꺼리면서 논란이 많았던 수개월간의 회담 끝에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자동차 등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남아있다는 지적과 함께,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경고도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한미가 합의한 대미 ‘투자 펀드’를 두고 양국이 다른 해석을 내놨던 미·일 합의와 마찬가지로 펀드의 세부사항은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또 ‘한국이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 한국이 미국 자동차 안전 기준에 맞춰 생산된 자동차와 트럭을 추가 요건 없이 받아들이기로 합의한 형태를 띨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NYT는 다만 일본의 2배에 달할 정도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구조를 거론하면서 “미국은 한국에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안겨준 제약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관세를 여전히 고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