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 재무 안정화…
장기적으론 사업 구조 변화 추구
CJ CGV가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은 재무 구조 개선과 사업 구조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것이다.
CJ CGV는 5천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고 20일 공시했다.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인 이번 유상증자는 채무 상환 자금 마련 등이 목적이다.
모회사인 CJ주식회사는 CJ CGV의 유상증자에 참여함과 동시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 출자하기로 했다.
현물 출자 가액에 대한 회계법인의 평가액은 약 4천500억원으로, 유상증자와 합하면 약 1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이 가능해진다.
CJ CGV의 자본 확충은 단기적으로는 재무 구조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영화관 관객 급감 등으로 2020년과 2021년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영업손실이 768억원이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완화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사업이 흑자 전환을 한 데 힘입어 적자 폭은 전년보다 줄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8일 CJ CGV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이 회사의 높은 부채 비율과 순차입금 의존도에 주목해 재무 안정화 수준이 낮다고 지적한 바 있다.
CJ CGV의 자본 확충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의 엔데믹 전환 등으로 수익 구조 개선이 본궤도에 오르면 CJ CGV의 재무 안정화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번 자본 확충은 사업 구조 혁신을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영화 상영 중심의 사업 구조를 혁신해 ‘체험형 라이프 스타일 공간 사업자’로 변모해나간다는 게 CJ CGV의 목표다.
CJ CGV는 4DX를 포함한 특별관, 콘서트 실황, 스포츠 경기 등 이른바 대안 콘텐츠의 수요가 확대되는 데 주목하고 있다.
CJ CGV에 따르면 4DX, 스크린X, 프리미엄관 등 특별관 매출 비중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6%에서 현재 31%로 증가했다.
스크린X의 경우 제작비 규모가 큰 이른바 ‘텐트폴’ 영화를 많이 확보하고 있고 방탄소년단(BTS) 영화, 임영웅 콘서트, 스포츠 경기 실황 등 대안 콘텐츠도 인기를 끌어 올해 1∼5월 실적이 작년 한 해 실적을 넘어섰다는 게 CJ CGV의 설명이다.
CJ CGV는 신사업 분야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와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화를 통한 ‘스마트 시네마’ 구축, 시각특수효과(VFX) 사업 확장, 극장 운영•광고 시스템 솔루션 사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번 자본 확충은 장기적 관점의 사업 구조 혁신에 방점이 있다는 게 CJ 측의 입장이다.
CJ 관계자는 CJ CGV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데 대해 “단순히 (재무 구조) 악화에 따른 자금 수혈이 아니다”라며 “CGV가 1998년 외환위기라는 어려운 여건에서 출발해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견인한 것처럼, 앞으로는 극장의 미래를 제시하는 ‘미래 공간 사업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영화 상영 시장의 점유율 1위인 CJ CGV의 이 같은 움직임은 업계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코로나19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의 성장으로 영화관 사업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상황”이라며 “영화 상영만으로는 성장을 확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