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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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만사] 정당 이합집산 눈치보기 본격… 2024년 대선 관전포인트

8월이 시작되면서 총선을 18개월 앞두고 2주 간의 정당등록이 시작되었고 투쟁민주당(PDIP)이 가장 먼저 등록을 마쳤다.

2024년 총선은 그해 2월에 대선과 함께 치러진다. 각 정당들로서는 의회에 진출하거나 의석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겠지만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겐 당연히 각 당의 대통령 후보는 누가 될지가 최고의 관심사다.

대통령과 부통령을 한 세트로 뽑는 인도네시아는 기본적으로 무소속 출마를 금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 후보는 반드시 정당 소속으로 나와야 한다. 규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통령 후보를 내기 위해 각 정당은 단독으로 또는 다른 정당과 연대하여, 직전 총선 결과 의석 점유율 20%, 전국 득표율 25%를 넘겨야 한다.

같은 조건을 한국의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 대입한다면 윤석렬, 이재명을 제외한 모든 후보, 즉 심상성, 안철수, 허경영, 김동연, 조원진 등 그 누구도 출마조차 할 수 없었다. 무소속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급히 신당을 창당하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다. 직전 총선 성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나 비슷하지만 특히 인도네시아 대선은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판이다.

일단 2019년 총선 결과를 잠깐 살펴보자.

*PDIP 투쟁민주당, PKB 국민각성당, PKS 정의복지당, PAN 국민수권당, PPP 통합개발당

위에 설명한 규칙에 따라 단독으로 정부통령 후보를 낼 수 있는 당은 투쟁민주당 뿐이다. 나머지 당들은 다른 당들과 제휴해야만 대선에 명함을 내밀 수 있다. 2024 대선을 앞두고 정당들의 이합집산이 현재 어지럽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다.

골카르당, 국민수권당, 통합개발당은 이미 통합인도네시아연대(KIB)라는 정당연합을 구성해 의석 점유율 합계 25.7%로 대선판 입장자격을 획득했다. 나머지 정당들도 어느 쪽과 제휴해야 정권을 잡거나 총선 득표에 도움이 될까 자판에 불이 나도록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정당들이 내세울 대선주자다. 정당의 대선 후보가 총선 득표에도 크게 좌우하므로 각당은 비록 당선가능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득표력 있는 후보를 내세우거나 영입하려고 전력을 다하는 중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선 가능성 높은 상위 세 명은 단연 쁘라보워 수비얀토 그린드라당 총재 겸 현 국방장관, 간자르 쁘라노워 중부자바 주지사, 아니스 바스웨단 자카르타 주지사다. 쁘라보워와 간자르는 최근 여론조사들에서 1,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데 그간 쁘라보워가 모든 여론조사에서 오랫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점을 감안하면 간자르의 무서운 상승세를 무시할 수 없다.

일례로 여론조사기관 LSN의 6월 당선가능성 설문조사에서 쁘라보워 29.5%, 간자르 23.1%, 아니스 18.5%를 기록한 데 반해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 인도폴(Indopol)의 7월 조사에서는 간자르 27.8%, 아니스 24.6%, 쁘라보워 13.2%를 보였다. 물론 수치를 너무 믿어서는 안된다. 조사기법이나 문항, 심지어 조사기관 의도와 성격에 영향을 받아 결과수치가 심하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이들 중 이미 두 차례 대선에 도전했던 쁘라보워만이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는데 다른 두 사람은 입장이 조금 애매하다. 우선 간자르는 누가 봐도 투쟁민주당의 필승 카드다. 그의 높은 인기와 집권여당 프리미엄을 더하면 어려운 싸움이 예상되는 쁘라보워와도 상당히 승산이 있고 만약 뿌안 대신 유력한 다른 정당의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영입하면 거의 필승을 기약할 수 있다.

하지만 투쟁민주당이 당면한 문제는 그런 간자르를 공격하고 모욕하면서 당선가능성이 1% 안팎인 뿌안 마하라니를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려는 뿌안의 어머니 메가와티 총재와 당내 엘리트들의 몽니다. 차기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간자르가 3대에 걸쳐 수카르노 가문의 대통령을 배출하려는 메가와티로서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간자르를 당에서 퇴출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줬다가 다른 당이 채어가 버리면 투쟁민주당의 총선표를 대량 잃게 될 것이므로 간자르의 목줄을 더욱 틀어쥘 수밖에 없다.

메가와티는 뿌안을 대통령 후보, 간자르를 부통령 후보로 하는 바보 같은 조합으로 2024년 대선을 치르고 싶겠지만 그렇게 정부통령 T/O가 다 차버리면, 지금 제휴를 염두에 두고 투쟁민주당 문전을 서성이는 민주당 같은 다른 정당들과 손잡게 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지고 상당히 버거운 대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는 간자르가, 불과 2개월 후면 주지사 임기도 다하는데 그런 수모를 겪으며 수카르노 가문과 뿌안의 수발을 들기 위해 계속 투쟁민주당에 남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인물은 아니스다. 그는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상태로 조코위 대통령 1차 임기 초반에 1년 반가량 교육문화부 장관을 역임했고 2017년에는 현직 아혹 주지사를 누르고 자카르타 주지사로 당선되어 임기 중 높은 지명도를 쌓았다. 대선 당선가능성 상위권 잠재후보들 중 유일한 무소속인만큼 자체 유력 대선후보를 보유하지 못한 정당들이 아니스에게 군침을 흘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간의 정치 이력을 본다면 나스뎀당과 제휴할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어느 당과 제휴하든 최소한 수도권에서 상당한 총선표를 몰아올 것이 분명하고 만약 간자르나 쁘라보워 둘 중 하나와 러닝메이트로 손을 잡으면 사실상 승부는 이미 난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아직 18개월이나 남은 대선과 총선 결과를 현재 시점에서 예단할 수 없지만 쁘라보워-간자르-아니스의 삼각구도는 좀처럼 깨지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의 행보에 따라 정당들은 이합집산을 계속하며 시시각각 세력구도도 변해갈 것이므로 이미 구축된 KIB 연대나 조만간 있을 그린드라당과 국민각성당의 제휴도 선거가 임박하면 어떻게 변질되거나 진화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얼마 전 장남을 스위스에서 사고로 잃은 리드완 까밀 서부자바 주지사가 동정표에 힘입어 지지율이 상당히 올랐지만 현재 3강이 건재한 상황에서는 하위권을 이루는 대부분의 후보들과 함께 대선 둘러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가문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유도요노 전 대통령 아들 아구스 하리무르티 유도요노(AHY) 민주당 총재와 수카르노 손녀 투쟁민주당의 뿌안은 각각 5%와 1% 전후의 일천한 지지율에 비해 너무 큰 꿈을 꾸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부모와 가문의 후광을 벗고 자신의 두 발로 서는 것이야말로 역량있는 정치인이 되는 첫걸음일 텐데 현재 상황은 일견 쏜살같이 달리는 유력주자들 한참 뒤에서 유아용 턱받이를 한 두 아기가 보행기를 타고 쫒아가는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인니투데이ㅣ배동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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