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함대사령관 아르샤드 압둘라(Arsyad Abdullah) 해군소장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해군은 나포된 선박이나 선장의 석방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거나 뒷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인도네시아 해군이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배를 나포한다는 일단의 선장들 인터뷰 보도를 부인했다.
작년 한 해 동안만 해도 싱가포르 동쪽 해상에서 선박 수십 척이 영해 상 불법정박 혐의로 인도네시아 해군에 나포되었으며 로이터 통신은 이 사건을 직접 겪은 선장과 선주들, 중재인과 보험사들을 취재한 바 있다.
대부분의 선장들은 선주가 비공식적으로 해군에 30~40만 달러(약 4억3,000만~5억8,000만 원)을 송금하고 나서야 몇 주간의 구금 상태에서 풀려났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아르샤드 사령관은 작년에 불법정박 혐의로 ‘대략 20척’의 선박을 억류했고 선장들은 기소되어 법정에서 재판을 받거나 조사 후 혐의가 경미하면 석방조치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금전이 오가거나 해군 또는 중재자들이 뒷돈을 요구한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당신들이 들은 정보는 사실이 아닙니다. 우린 나포한 선박으로부터 단 한 번도 금품을 요구한 바 없고 모든 것은 현행 법에 따라 조치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고 해당 혐의에 대한 자체 조사도 이미 진행하여 종결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자카르타의 미국 대사관 측은 나포된 선박 측에서 ‘인도네시아 해군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측’에게 몸값을 지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기자에게 답변한 바 있다. 미대사관을 포함해 선장과 선주들이 선박 석방을 위해 돈을 지불했다고 증언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르샤드 사령관은 그 모든 것이 인도네시아 해군을 음해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해군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면서도 그는 그 배후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미국인 선장 데이빗 레둑스(David Ledoux)와 필리핀인 선장 글렌 마도기녹(Glenn Madoginog)은 로이터 통신과의 TV 인터뷰에서 그들이 작년에 나포된 선박 석방을 위해 선주들이 인도네시아 당국과 협상을 하는 동안 현지 해군기지에서 수 주 동안 억류되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특히 마노기녹은 이후 인도네시아 법정에서 불법정박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아 두 달 간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그는 자신이 리아우 제도 바탐섬 해군기지에 억류되어 있을 당시 동시에 한 방에 구금된 선장들이 최고 27명에 이른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1년 9월 16일 일단의 해군 장교들이 몇 시간 조사를 해야 한다고 하여 육지로 따라갔다가 해군기지 내의 작고 더러운 방에서 67일간 구금되었다고 말했다. 그 기간 동안 그는 선주가 어렵게 연결한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음식과 침구류 및 의류를 공급받았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해군에서는 구금된 마노기녹에게 음식이나 물품을 적절히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르샤드 사령관은 마노기녹을 비롯한 어떠한 선장들도 해군기지에 구금했다는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해군이 선장들을 억류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우린 그를 기지로 데려가 소정의 조사를 마친 후 배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아르샤드 소장의 말 대로라는 인도네시아 해군은 칼날 같은 기강이 똑바로 선,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이고 인권을 최우선으로 중시하는 합리적인 집단이다.
하지만 선장들의 구체적인 증언 내용은 아르샤드 소장의 믿음을 크게 벗어나 있다. 미국인 레둑스 선장 역시 2021년 10월 4일부터 마노기녹과 함께 바탐 해군기지에 억류되어 있다가 선주가 해군 대리인을 통해 자신의 몸값을 지불한 후인 10월 28일에야 풀려났다고 증언했다.
이와 별도로 어떤 선박들은 불법정박을 하고서도 무혐의로 풀려난 경우에 대해 묻자 아르샤드 사령관은 기관고장 같이 선장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선박들이 의도치 않게 인도네시아 영해를 침범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엔 선박을 억류하거나 나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해군의 선박 나포가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된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1년 11월 15일 글로벌 해운전문지 로이드리스트 보고서는 영해침범을 이유로 억류된 선박들이 각각 평균 42억 루피아(약 4억 원)을 내고서야 풀려났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런 사건이 빈발하는 것은 싱가포르 항구가 붐비면서 해당 해역을 지나거나 싱가포르 입항을 대기하는 선박들이 공해라고 생각하고 닻을 내린 지점이 사실은 인도네시아 영해로 밝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인도네시아 해군은 이를 불법 영해침범으로 간주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2019년 10월 한국인 선장과 선원 9명을 태운 ‘DL 릴리호’도 같은 이유로 나포되어 100일만에 풀려난 바 있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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