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에 새로운 스캔들이 터지자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경찰조직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린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례적으로 경찰 지휘부 전체를 불러모아 일갈했다.
한 고위 경찰관이 동부자바 경찰조직의 수장으로 발령되었다가 마약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은 후 체포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최근 페르디 삼보 전 치안감 사건으로 경찰 위신이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경찰의 중대범죄가 또 다시 드러남에 따라 전국 모든 지방경찰청의 고위 경찰관 수백 명이 지난 14일 대통령궁으로 소환되었다.
장성급 경찰관들이 대통령궁에 대거 소환되기 불과 몇 시간 전 국회의원들은 동부자바 지방경찰청장으로 내정된 테디 미나하사(Teddy Minahasa) 치안감이 마약사건에 연루되어 구금되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리스티요 시깃 프라보워(Listyo Sigit Prabowo) 국가경찰청장도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대통령궁 비공개 일정에 급히 소환된 경찰 고위간부들은 최근 벌어진 페르디 삼보 전 치안감이 저지른 살인조작 사건, 칸주루한 경기장 대규모 압사사건, 경찰관들의 호화생활 등과 관련해 조코위 대통령으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았다.
테디 미나하사 치안감은 원래 서부 수마트라 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관할 구역인 부킷띵기(Bukittinggi)에서 발생한 마약유통사건과 관련한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 구금된 상태라고 리스티요 청장은 밝혔다.
이는 자카르타 지방경찰청에서 마약유통망을 조사하던 중 일단의 경찰 간부들이 용의자로 떠오른 끝에 테디 치안감의 체포까지 이어진 것이다. 최초 제보를 통해 시작된 수사에 민간인 세 명이 체포된 이후 경찰관들이 용의선상에 오르고 심지어 경찰 지구대장까지 관련 혐의로 체포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해당 수사가 진행되면서 테디 미나하사 치안감의 연루사실까지 드러난 것이다.
불과 일주일 전 좌천된 니코 아핀타(Nico Afinta) 전 동부자바 지방경찰청장의 후임으로 내정되었던 경찰 2성 장군 테디 미나하사의 발령은 전격 취소됐다. 그의 혐의는 불명예 해임에 이를 수 있으나 테디 치안감은 해당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유숩칼라(Jusuf Kalla) 부통령의 경호원을 역임한 테디 미나하사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지방경찰청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부패척결위원회(KPK)에 제출된 그의 공직자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그는 250억 루피아(약 23억 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대통령궁에 소환된 장성급 경찰간부들은 화려한 정복과 정모, 멋들어진 지휘봉은 물론 핸드폰 휴대와 부관들의 동행도 금지되었다. 와서 혼나야 할 사람들이니 멋 내고 오지 말라는 뜻이다. 그들은 각각 고급 관용차를 타고 경광등을 켠 콘보이들의 길잡이를 받는 대신 남부 자카르타 소재 경찰간부대학(PTIK)에 모여 버스를 타고 대통령궁에 들어왔다. 버스에서 내린 그들은 일렬로 줄을 지어 회의장으로 행진했는데 그들의 손에는 노트북 외에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법무 사안을 관할하는 국회 제3위원회 부위원장 아흐마드 샤로니(Ahmad Sharoni) 의원은 “대통령이 모든 경찰 고위간부들을 대통령궁에 소환한 것이 전례가 없는 일이므로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주 머독 대학교의 인도네시아 경찰전문가 제키 베이커(Jacqui Baker)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경찰 고위간부 소환이 경찰조직 내에서 앞으로 벌어질 단호한 숙청활동의 전초일 수 있다고 보았다. 지난 몇 개월간 경찰에서는 심각한 스캔들이 계속 터져 나왔고 많은 서류들이 유출되고 많은 간부들이 자리를 옮겼는데 재키 교수는 이것이 경찰 조직 내에 경찰 통제권을 놓고 다투는 파벌들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군가 고의적으로 유출하고 제보하지 않았다면 드러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조코위 대통령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경찰 고위 간부들의 범죄가 속속 드러나면서 경찰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비단 대통령이나 경찰청장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일이다.
자신의 부관 노프란샤 요수아 후타바랏(Nopryansyah Yosua Hutabarat) 순경을 살해한 경찰청 내무국장 페르디 삼보 전 치안감의 재판이 임박한 가운데 이와는 별도로 해당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방해와 그가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도박조직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 일어난 칸주루한 경기장 참사에서 132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는데 경찰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일부 간부들의 좌천 등 인사발령을 단행했다. 하지만 합동조사단은 경찰의 해당 조치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마흐푸드 MD(Mahfud MD) 정치사법치안조정장관은 경찰범죄를 수사하는 것 못지 않게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가 스스로 책임을 지라는 것이 대통령의 강조점이라고 설명했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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