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이 2024 총선 참여요건을 갖춘 정당들 명단 발표가 임박한 시점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KPU)가 지방 선관위의 요건심사와 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법적조치를 예고했다.
이들의 변호를 맡은 입누 샴수 히다얏(Ibnu Syamsu Hidayat)은 13일 자카르타 소재 선관위 청사에서 해당 혐의에 대해 일주일 내에 소명하라며 중앙선관위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그는 지방 선관위를 위협하는 방식으로 사실확인단계와 결과를 조작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해당 사안을 선거조직윤리위원회(DKPP)에 제소하거나 법집행기관에 고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사실확인단계란 지난 총선에서 원내 진입에 실패했거나 새롭게 결성된 9개 정당이 2024년 총선에 후보를 낼 자격을 갖추었는지 판단하는 최종 심사단계를 뜻한다. 지난 10월부터 선관위와 산하 지방사무소들은 이들 정당들이 관련 자격요건을 충족하는지 심사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입누 변호사는 자신의 의뢰인들이 중앙선관위 인사들로부터 사실상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복수의 정당들의 평가결과를 바꾸라는 요구와 위협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중앙선관위 하심 아사리(Hasyim Asy’ari) 위원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앞서 남부 술라웨시의 한 시민사회단체연합회도 중앙선관위에 비슷한 혐의를 제기한 바 있다. 해당 연합회 회원인 삼상 샴시르(Samsang Syamsir)는 11일 입누 변호사가 입회한 기자회견에서 지방 선관위 사무실에 있는 정당정보시스템(SIPOL)의 데이터가 조작되었다고 폭로했다. 다만 그는 데이터를 조작한 인물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삼상 샴시르는 지역 선관위 위원들이 심사 내용을 수정하라는 압박을 받았으며 이 때문에 주 단위 레벨에서 판정이 뒤집힐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 선관위가 SNS에 특정 정당이 요건 미달로 탈락했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올렸는데 며칠 후 그 결과가 뒤집힌 것을 조작의 증거로 들었다.
한편 선거감독원(Bawaslu)은 중앙선관위가 해당 데이터 조작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면서도 서부술라웨시의 마무주(Manuju), 남부 깔리만탄의 꼬따바루(Kotabaru), 아쩨의 피디(Pidie) 지역에서 발생한 위반사례는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거감독원의 또똑 하리요노(Totok Hariyono)는 3건의 위반사례에 대해서는 이미 경고장을 보내 문제를 바로잡았다고 설명했다.
차별적 서열
14일 중앙선관위는 총선진출 자격을 얻은 정당들에게 각각 배정된 번호를 발표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이보다 하루 앞선 13일 총선규정을 수정한 대체법안(Perppu)에 서명했는데 이에 대해 기존 원내 정당들에게만 유리한 입지를 제공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해당 대체법안은 파푸아에 4개 주가 신설됨에 따라 선거구 경계를 새로 긋고 의석 수를 재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회와 정부의 협의는 순조롭지 않았다. 그들은 지역 선관위 위원들의 임기연장과 투표지에 표기될 각 정당들의 번호를 정하는 부분에서 의견 충돌을 보였다.
예의 대체법안에서는 지난 2019년 총선에서 전국 기준 4% 이상 득표해 원내에 진입한 정당들을 2019년 총선 때와 같은 순서와 번호로 투표용지에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선거감시단체들은 해당 규정이 기존 정당들을 투표지에서 눈에 띄는 자리에 배치하여 결과적으로 새로이 원내에 진입하려는 정당들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큰 돈과 뜨거운 열망
2024 대선과 총선은 2월 14일 동시에 치러진다. 지난 5월 국회는 선거 예산으로 76조 루피아(약 6조3,300억원)를 책정했는데 이는 2019년 선거 예산의 3 배에 해당한다.
인도네시아 부패감시단(ICW)의 꾸르니아 라마다나(Kurnia Ramadhana)는 거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정치행사이니만큼 선관위가 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선거 준비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지출이 투명하게 기록되어야 하며 사실확인단계를 포함한 선거준비 전 과정에 특정인들의 지위를 이용한 조작 행위가 벌어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인니투데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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