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간 중부자바 TVRI 방송국에서 일했던 한 기자가 경찰관이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의 인물은 지난 12일 중부바자 블로라(Blora)군 끄라드란(Kradenan) 파출소장으로 임명된 움바란 위보워(Umbaran Wibowo) 경위다.
인도네시아 독립언론인연맹(AJI)은 움바란 경위의 존재가 경찰이 언론을 감시하고 통제하려 했던 과거 신질서 정권 시대, 특히 갈등이 첨예하던 시절의 ‘더러운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이와 유사한 관행은 파푸아에서 많이 발견된다. 결과적으로 움바란은 국영통신사인 TVRI에 기자신분으로 10년 넘게 침투해 있던 경찰관이었다.
AJI 인도네시아의 법무국장 에릭 딴중(Erick Tanjung)은 해당 사실이 인도네시아의 저널리즘 생태계, 특히 언론과 미디어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불러 일으킬만한 중대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이는 기자 윤리강령 위반이며 언론에 대한 1999년 기본법 40호(언론법)에도 저촉된다고 에릭 국장은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언론법 제6조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정확한 정보로 올바른 여론형성에 기여하며 공익을 위해 감독, 비판, 시정, 제안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정의와 진실을 위해 싸우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에릭 국장은 경찰이 움바란 경위를 언론사에 침투시켜 언론의 기본 사명을 크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AJI는 경찰 및 여타 국가기관들이 언론사에 정보원을 침투시키는 관행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언론 기관에는 이른바 ‘프락치’ 노릇을 하는 직원이 없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직원 선발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을 요청했다. 이를 위해 언론인직능조직과 언론위원회가 기자역량시험(UKW) 메커니즘을 개선하고 언론인에 대한 주기적인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움바란 위보워는 현재까지도 언론위원회에 준기자로 등록되어 있고 기자역량시험 합격증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부자바 지방경찰청 “언론법을 존중한다”
중앙자바 지방경찰청 홍보국장 익발 알쿠두시(Iqbal Alqudusy) 총경은 움바란 경위가 TVRI 중부자바 지점에 기사를 기고한 것이 사실이지만 TVRI 방송국 정규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익발 총경에 따르면 움바란은 블로라 지역에서 정보업무를 수행하는 임무를 맡았고 2021년 1월 해당 임무는 종료되었다. 이후 옴바란은 2022년 7월 블로라시 부파출소장으로 승진했고 지난 12일에는 끄라드난 파출소장에 임명되었다.
그는 움바란이 기자 윤리강령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은 언론 독립성을 존중하며 언론위원회가 제기한 사안들에 대해 지방경찰청 차원의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경찰청 홍보국장 데디 쁘라스티요(Dedi Prasetyo) 치안감은 움바란 경위 문제에 대해 중앙경찰청과 중부자바 지방경찰청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언론위원회, 움바란의 기자 자격 박탈
언론위원회 윤리위원장 야디 헨드리아나(Yadi Hendriana)는 TVRI 측에 움바란의 지위에 대해 확인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언론위원회는 인도네시아기자연맹(PWI)에 움바란이 가지고 있는 기자역량시험 합격증이 유효한지 여부와 그를 아직 준기자로 인정하고 있는지 확인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야디는 현역 군경은 언론인이 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움바란의 기자역량시험 합격증은 자동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자격 표준을 규정한 언론위원회 규정 1호에는 정당인, 국회의원, 정부 또는 민간의 홍보단체, 군인 및 경찰관의 기자역량시험 응시를 제한하고 있다.
야디는 소속 기자들에 대한 검증 절차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연맹의 검증 절차가 가동되고 있지만 충분히 걸러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PWI 윤리위원회는 언론인 윤리강령 위반 혐의로 움바란 위보워의 회원자격을 박탈했다고 밝혔다.
검증 절차 없는 기고자 모집이 문제
TVRI 사장 이맘 브로토스노(Iman Brotoseno)는 움바란 위보워가 2012년부터 TVRI 중부자바 방송국에 기사를 줄곧 보내왔고 끄라드난 파출소장이라는 직책이 공개되던 시점인 2022년에 사직서를 썼다고 해명했다.
그는 정규직 기자들과 달리 기고자들은 특별한 검증 절차 없이 채용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해당 기고자가 정보기관 프락치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TVRI 중부자바 방송국이 지난 십수 년 동안 움바란의 정체를 몰랐던 것은 유감이지만 움바란이 그간 기고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의외의 평가를 내놓았다. 더욱이 기고자가 보낸 기사들은 각 부서 데스크에서 검증 작업을 거치게 되므로 대체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움바란이 제출한 기고문이 아닌 그가 십수 년간 기자 신분으로 언론사와 언론인들로부터 정보수집을 해 왔다는 것인데 이맘 사장은 이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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