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EW(이니셜)가 대법원 뇌물수수 사건 관련 14번째 용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부패척결위원회(KPK)는 EW가 협동조합 파산 결정과 관련해 해당 사건의 피고인들로부터 20억 루피아(약 1억6500만원) 상당의 외환을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앞서 SD와 GS라는 이니셜의 대법관 두 명과 또 다른 사법판사 ETP와 PN도 같은 사건의 용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2011~2018년까지 대법관을 지낸 가유스 룸부운(Gayus Lumbuun) 교수는 사법부의 이 같은 상황을 ‘인도네시아 법치의 위기’라고 정의했다.
가유스 교수는 “대개의 경우 판사들의 승진 및 이동 과정에 부정 청탁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데, 결격사유가 있는 판사가 요직을 차지할 수 있는 결정적 이유는 이들의 인사를 관장하는 승진전보팀(TPM)의 심사가 허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PK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부패 혐의로 체포된 판사는 21명에 이른다. 이마저도 이번 대법원 재판거래 혐의로 구속된 판사들은 제외한 숫자다.
가유스 교수는 대법원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승진전보팀에 외부 기관을 참여시켜 판사들에 대한 보다 엄격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법기관 수장이 비리에 연루되었을 경우 사임토록 하는 규정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법거래의 첫 번째 창구
가자마다 대학 법학부 반부패연구소(PUKAT-UGM)의 자에누르 로흐만(Zaenur Rohman)은 정부가 내세운 대법원 개혁 정책에 채용, 교육, 감독 등 내부 개선 프로그램이 청사진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재판 거래 같은 뿌리 깊은 악행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사법부 내 부패 사건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법관들의 막강한 권한에 비해 이를 통제할 구조적 장치가 미비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자에누르는 판사와 그 외 서기, 비서, 집행관, 행정관 등 일반 직원들 사이의 복지 불균형을 법원 부패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았다.
일반적으로 부패는 최하위 직원들을 통해 조직 속에 침투해 위로 확산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번 대법원 뇌물수수 사건만 보더라도 용의자로 검거된 5명 모두 법원 내 사무직 직원들이었다. 법원 최하위직 공무원들이 사법 마피아 조직의 첫 번째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대법관의 급여는 사건에 따른 별도의 수당을 제외하고도 수천만 루피아에 이르지만 하위 공무원들의 급여 수준은 대법관들의 발목 수준에 머물고 있어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는 개연성을 안고 있다.
샤리푸딘 대법원장은 대법관들이 부패 혐의로 구속된 현 상황을 ‘재앙’이라고 표현하면서 특별팀을 꾸려 근무 기간이 너무 길거나 비위 전력이 있는 직원들을 다른 부처로 전보 발령하는 등 대대적인 인사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사법위원회의 판사인사 개입
한편 19일 미코 긴팅(Miko Ginting) 사법위원회 대변인은 사법위원회가 대법관 후보자들의 실적 기록을 제공하는 수준에서 대법원에 의견을 전달한 부분은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사들의 승진·이동과 관련해 사법위원회가 계속 관여하게 될 지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는 대법원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법원, 사법위원회, KPK 이 세 부처가 협력하여 법관에 대한 더욱 엄격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 전담 연락팀을 구성했으며 판사들의 이동, 승진 외에도 실적와 업무 등을 관리하기 위한 통합 데이터센터 구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사법위원회는 이미 대법원, KPK와 함께 정보교환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이에 따라 판사들의 윤리위반행위 조사, 비리 징후 등의 정보를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법원 사법거래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이들은 대법관 2명, 사법판사 3명, 대법원 직원 5명, 변호사 2명, 인티다나(Intidana) 저축 및 대출조합(인티다나 KSP) 채무자 등 총 14명이다.
이 사건에서 인티다나 KSP는 형사 및 민사 사건 최종심을 유리하게 판결해 달라고 청탁하는 과정에서 약 20만2,000 싱가포르 달러(약 1억 9,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대법원 판사와 직원들에게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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