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에는 사용자가 직접 지도 정보를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또한 지명을 바꾸거나 기존에 없었던 위치 정보를 개인 계정에 추가할 수도 있다.
이러한 기능들은 정보를 손쉽게 업데이트할 수 있어 유용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위키백과의 반달리즘과 마찬가지로 구글 지도에서도 사용자들이 고의로 정보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한 네티즌이 구글 지도에 나와있는 국회의사당 및 국민협의회 건물(Gedung DPR/ MPR) 명칭을 임의로 바꿔 놓은 일이 발생했다.
사건의 발단은 2일 @recehtapisayng라는 계정의 사용자가 구글맵 화면 캡처를 트위터에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해당 이미지에는 국회의사당 단지 내 건물들이 ‘Tempatnya Bu Mega Puan(메가 푸안 구역)’, ‘Peternakan Tikus(쥐 농장)’, ‘Tikus DPR RI(인도네시아 국회 쥐)’, 그리고 ‘교배 준비를 마친 우월한 쥐 종자(Bibit Tikus Unggul Siap Kawin)’ 같은 명칭들로 표시되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쥐는 더럽고 탐욕스러운 동물로 통한다. 주로 법을 어기고 부패한 정치인을 ‘쥐’에 빗대곤 한다.
CNN 인도네시아에 따르면 국회 일대 건물들은 한동안 국회라는 명칭 대신 ‘당간부실’, ‘부패소굴’, ‘쥐농장’, ‘쥐덫’ 등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해당 게시물에 대해 네티즌 대부분이 공감하며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이걸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 쥐들이 이 사실을 알면 좋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 밖에 “정확한 표현”, “ㅋㅋㅋㅋ 딱이야”, “그냥 이대로 하면 안될까”, “이거 위험하지 않을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열광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냉랭하다.
나스뎀당의 이르마 수르야니 차니아고(Irma Suryani Chaniago) 의원은 어떠한 비판이든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표현의 자유에는 그에 따른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르마 의원은 “국회의 일원으로서 인도네시아에서 표현의 자유가 남용되고 언론의 윤리, 도덕, 품위를 부정하는 자유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잘못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공격과 비난, 배설 수준의 발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회의원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이해한다고도 밝혔다. “실제로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가 느슨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개선해야만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작년 12월 ‘세계 반부패의 날’ 기념 행사에서 인도네시아 부패척결위원회(KPK) 피를리 바후리(Firli Bahuri) 위원장은 KPK가 2004년부터 총 1,479명의 부패 사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민간인이 370명으로 가장 많았고, 국회 및 지방의회 의원(319명), 공무원(304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기구가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부패도 순위에서 전체 180개국 중 110위를 기록했으며, 부패인식지수(CPI)는 34점을 받았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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