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투쟁민주당(PDI-P)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정책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며 그의 지원없이 총선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한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메가와티(Megawati Soekarnoputri) PDI-P 총재는 연설 중에 비효율적으로 인식되는 부패척결위원회(KPK)를 해체하는 편이 낫겠다는 발언을 내놨다. 메가와티 총재는 제 기능을 상실한 KPK의 해체를 대통령에게 이미 여러차례 요구한 바 있다고 밝혔다.
2002년 반부패기구 KPK의 출범은 메가와티의 짧은 대통령 임기 동안 최고의 개혁적 성과로 칭송 받았지만 평론가들은 그녀가 자신의 동맹인 조코위를 이용해 조직을 훼손시켰다고 평가했다.
결국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조코위 대통령에게 KPK는 아킬레스건이 됐다. KPK가 조직적으로 수사관들의 지휘와 권한을 약화시키도록 방치했다는 이유로 그는 지금까지 비판을 받고 있다.
메가와티의 발언은 하스토 크리스티안토(Hasto Kristiyanto) PDI-P 사무총장이 조코위 정부의 식량 정책 ‘푸드 에스테이트’를 비판한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 그는 해당 프로젝트에 국방부 산하의 비영리재단 PT 아그로 인더스트리 내셔널(PT Agro Industry Nasional)이 관여한 것이 이해 충돌에 해당되며 이것이 대통령과 프라보워가 유착관계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 관측통들은 이에 대해 이미 두 차례나 선거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경쟁자였던 조코위와 협력한 프라보워를 깎아내리기 위한 일종의 공격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간자르 프라노워(Ganjar Pranowo) 중부자바 주지사를 대선 후보로 내세운 PDI-P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탄탄한 정당 연합을 구축한 프라보워와 경쟁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대통령의 지지를 받게 되는 후보가 대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두 유력 후보에 대한 조코위의 모호한 태도는 당의 대선후보인 간자르가 아닌 프라보워를 지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당연히 PDI-P 입장에서 이런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인도네시아 대표 시사주간지 템포(Tempo)는 최근 프라보워의 지지세를 공고히 한 4당 연합체제를 주도한 배후에 조코위 대통령이 있으며, 헌재가 심리 중인 피선거권 연령이 35세로 결론날 경우 장남인 기브란(Gibran Rakabuming Raka) 솔로시장이 프라보워의 러닝메이트가 될 수 있는 길을 조코위 대통령이 닦아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주 PDI-P 중부자바 지부가 정당 단합대회에 기브란을 초대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이 조코위 대통령과 그의 일가에 거리를 두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간자르가 불참하면서 투쟁민주당은 지부 측의 실수로 초대장이 누락된 것이라고 해명했고, 당 간부인 밤방 우르얀토(Bambang Wuryanto)는 공개사과로 상황을 진화했다. 하지만 이달 초 솔로에서 가진 유세 현장에 간자르가 기브란의 동행을 거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한번 논란에 휩싸였다.
PDI-P 내부에서는 당이 여전히 조코위 대통령의 지원 속에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PDI-P의 중진의원 헨드라완 수프라틱노(Hendrawan Supratikno)는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배신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서부수마트라 설화 속 인물을 언급하며 “조코위가 말린 쿤당이 될 리 없다”고 말했다.
투쟁민주당 공식 유튜브에는 간자르에게 투표해달라는 캠페인 영상이 올라와 있는데 여기에 조코위의 사위 보비 나수티온(Bobby Nasution)과 기브란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영상이 올라온 21일 기브란은 솔로 시내를 돌며 간자르와 조코위의 얼굴이 인쇄된 스티커를 주택가 창문에 직접 붙이는 모습도 보였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PDI-P 소속 정치인 부디만 수잣미코(Budiman Sudjatmiko)가 2024 대선에서 프라보워를 지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묻자 기브란은 그와의 친분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간자르를 지지하고 있음을 여러 차례 증명했다고 답했다.
PDI-P 지도부는 21일 부디만의 징계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간자르가 반등하자 여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프라보워에게 밀려 주춤했던 간자르가 콤파스와 인디카폴리틱의 최신 여론조사에서 프라보워를 약 2% 포인트 앞서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편 조코위 대통령의 지지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면서도 PDI-P가 대통령에 의존하지 않는 별도의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템포는 전했다.
정치분석가 피르만 누르(Firman Noor)도 현 시점에서 집권여당인 PDI-P가 별도의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템포의 주장과 결을 같이했다. 그는 “조코위 대통령이 중립성을 유지할 지, 프라보워로 선회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PDI-P는 각각의 경우에 대비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라보워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PDI-P는 조코위가 없는 대선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디만을 예로 들며 PDI-P가 당 차원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경고했다. 당의 노선을 따르지 않는 당원이 있다면 단호히 조치하고 조코위 대통령이 프라보워를 선택한다면 강하게 맞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니투데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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