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일정이 두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2일 대선후보 3인의 첫 공동토론회가 열렸다.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는 조코위 대통령의 리더십을 칭찬하며 업적 승계를 약속했고, 아니스 바스웨단(Anies Baswedan)은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간자르 프라노워(Ganjar Pranowo)는 수도 이전과 같은 정부의 주요 정책을 지지하는 동시에 조코위 지지층의 표심을 의식한 듯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민주주의, 인권문제, 반부패 대책, 법치주의에 초점을 맞춘 첫 번째 토론은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국가적 주제를 포괄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조코위의 아들
제일 먼저 무대에 오른 아니스 바스웨단은 프라보워의 러닝메이트로 부상한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Gibran Rakabuming Raka)를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아니스는 “기브란이 내년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헌재가 우회로를 만들어 준 격”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는 정•부통령 피선거권 연령을 40세 이상으로 제한한 선거법이 위헌이라며 지자체장 경력이 있는 경우 연령 제한을 적용받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헌법 소원을 받아들였다. 헌재의 판결로 기브란은 36세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통령 후보로 출마할 수 있게 되었다.
아니스는 현재 인도네시아가 법치보다는 권력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니스의 비판에 대해 프라보워는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그들이 우리(프라보워-기브란)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투표하지 않으면 된다”며 자신의 대권 도전이 권력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KPU)가 기브란의 출마를 승인한 이상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인권침해
프라보워는 과거 인권침해 논란에 관한 질문에 “이 질문은 5년마다 나를 괴롭힌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프라보워는 육군정예부대인 전략군사령부(Kostrad) 사령관이던 시절 민주화 시위 당시 학생운동가 납치•실종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실종된 23명 중 13명은 아직까지 행방불명 상태다. 2009년 하원에서 인권재판소 설치를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실현되지 않았다.
수하르토 정권 말기에 행한 인권침해 논란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간자르는 이 문제에 대해 프라보워가 확고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으며, 인권재판소 설치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라보워는 “실종된 13명의 문제가 오로지 나에게만 향하고 있다”며 질문 자체가 다분히 편파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권재판소 설치할 권한은 간자르의 러닝메이트 마흐푸드 MD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에게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 문제에 대해 나는 반대하지 않는다. 단, 인권재판소 설치 권한은 마흐푸드 MD에게 있다. 얼마든지 자유롭게 추진하시라”고 말했다.
수도 이전
간자르는 아니스에게 신수도 프로젝트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아니스는 여러 차례 신수도 프로젝트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지만 이전 계획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간자르는 “교통 체증, 이주, 대기오염 등 자카르타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고려해 ‘수도 이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며 아니스를 압박했다.
아니스는 수도 이전이 일부 엘리트 집단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무조건 찬성할 수만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환경, 교통, 인구 집중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며 “공무원과 행정 조직이 신수도로 옮겨간다고 해서 자카르타의 교통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수도가 건설될 칼리만탄에 학교, 철도, 고속도로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며 수도 이전의 시급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농가에서는 충분한 비료를 공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새 대통령궁을 건설하는데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덧붙였다.
민주주의
아니스는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가 실패했다고 주장한 후 프라보워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과장이 심하군요” 프라보워가 답했다.
프라보워는 2017년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를 언급하며 당시 그린드라당이 현직 주지사인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Tjahaja Purnama)가 아닌 아니스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프라보워는 “나는 당시 여당에 맞서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당신을 지지했다”며 “민주주의가 실패했다면 당신은 주지사직을 맡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니투데이 정치부
[저작권자(c) 인니투데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