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공백 없애려 긴급명령…
국회 열리면 개정 작업 진행할 것”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위헌 논란을 불러온 일자리 창출법을 대체하기 위한 긴급명령에 서명했다.
30일 CNN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로부터 개정 심판을 받은 일자리 창출법을 대체하기 위한 긴급명령에 조코위 대통령이 서명했다고 아이를랑가 하르타르토 경제조정장관이 밝혔다.
아이를랑가 장관은 헌재 판결 이후 정부가 이 법에 대해 더 많은 공개 협의를 진행했다며 긴급명령은 기존 일자리 창출법에서 특정 부문의 외부 하청을 제한하고 최저임금 책정 방식에 구매력을 고려하는 등 노동계의 요구를 상당수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법적 공백기가 길어서는 안 되고 법적 안정성과 명확성이 보장돼야 하지만 법안 개정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단 긴급명령을 내리고 이후 국회에서 개정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코위 대통령이 이날 긴급명령을 내리자 전문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젠테라 법학대학원의 헌법 전문가 비빗트리 수산티는 “지금은 긴급상황이 아닌데도 대통령이 긴급명령을 내렸다”라며 “터무니없으며 부적절하다”라고 비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대통령 긴급명령은 대통령 서명 즉시 효력이 발생하지만, 법률로 정해지려면 다음 회기가 끝나기 전에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인도네시아 국회는 다음 달 10일부터 4개월간 열릴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 회기 안에 긴급명령에 대한 의회 승인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인도네시아 국회는 2020년 일자리 창출과 투자 유치, 규제개혁을 위해 노동법 등 76개 법률 1천200여 개 조항을 일괄 개정했다. 새로운 법은 사업 규칙을 간소화하면서 외국 투자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퇴직금 삭감과 최저임금 산정방식 변경, 무기한 계약직 허용 등의 조항이 노동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한다며 격렬히 반대했다. 또 인도네시아 노총(KSBSI)과 인도네시아 노동조합연맹(KSPI)은 일자리 창출법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헌재에 위헌 소송을 냈다.
노동계에서는 이 법이 국회 통과 당시 905쪽 분량이었지만 이후 대중에 공개될 때마다 내용이 바뀌었고, 최종 공포된 법은 1천187쪽에 이를 만큼 내용이 달라졌다고 문제 삼았다.
인도네시아 헌재는 일자리 창출법이 공론화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고 일부 내용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2년 안에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