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광산 개발을 위한 무차별 삼림 벌채가 일어나면서 문명과 접촉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원주민의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환경 보호 스타트업 트리맵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약 1만헥타르(100㎢)의 원시림이 손실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33배에 달하는 규모다.
트리맵은 이 손실 대부분이 광산 개발과 관련 있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원주민 수호자협회는 전 세계에서 니켈이 가장 많이 매장돼 있는 곳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 헬마헤라 섬에는 여전히 문명과 단절된 채 수렵•채집 생활을 유지하는 원시 원주민족 ‘오홍가나 마냐와’족 약 300∼500명이 생활하고 있는데 이들의 삶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니켈 광산 개발로 이들의 생활 터전인 삼림이 사라지면서 식량을 구하기 어렵게 됐고, 문명과 더 많이 접촉하게 되면서 새로운 질병에 노출될 위험도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헬마헤라섬 니켈 광산 개발 현장에는 최근 들어 오홍가나 마냐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출몰해 작업을 방해하거나 인부들에게 먹을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최근 헬마헤라 섬에 대규모 니켈 제련소를 건설하려다 취소한 에라메트 측은 오홍가나 마냐와족에 대해 알고 있다며 이들의 복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AFP에 밝혔다.
에라메트는 당초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와 약 26억달러(약 3조6천억원)를 투자하려 했지만 환경단체의 거센 비판을 받았고, 니켈 공급 과잉 우려 등이 겹치면서 지난달 사업 포기를 결정한 바 있다.
또 다른 원주민 권리 옹호 단체인 서바이벌 인터내셔널의 캘럼 러셀은 “오홍가나 마냐와족에 종말론적인 상황이 되고 있다”며 계속된 개발로 그들은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포기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오홍가나 마냐와족을 위한 보호 구역을 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