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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권력의 상징 ‘수하르토’ 복권… 피해자•인권단체 반발

1998년 5월 21일 수하르토 대통령(왼쪽) 사임 성명 발표 / AFP

인도네시아 국민자문의회(MPR)가 수하르토(Soeharto) 전 대통령을 부패 방지에 관한 MPR 법령(TAP) 제 11/1998호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해 논란이다.

1998년 수하르토의 신질서가 붕괴된 후 MPR이 의결한 이 법령은 전현직 공무원, 대기업의 부패 및 담합, 족벌주의를 폐기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해당 불법 행위자의 명단에는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이름이 명시돼 있다.

MPR의 결정에 대해 콘트라스(Kontras), 임파시알(Imparsial),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sional) 등 인권 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실종자•폭력희생자위원회(Kontras)의 디마스 바구스 아리야(Dimas Bagus Arya)는 수하르토를 명단에서 삭제하는 것은 역사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하며 “32년간의 인권 침해, 부패, 권력남용으로 얼룩진 과오가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966년 집권한 수하르토는 9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물러났다. 경제 발전을 일궈낸 ‘강한 지도자’라는 평가와 인권 탄압과 부정부패를 자행한 ‘독재자’라는 비판이 엇갈리는 지도자다.

2000년 공공자금 횡령 혐의로 기소됐으나 건강 악화로 재판이 중단됐다.

뇌졸증, 장출혈 등 각종 질병에 시달려온 수하르토는 2008년 항년 87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까지 부패 혐의를 부인했으며, 결국 막내 아들인 토미만 유죄 선고를 받았다.

디마스는 수하르토가 사망했다고 해서 그의 이름을 법령에서 삭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하르토의 이름을 명단에 남겨두는 것은 미래의 지도자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예방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디마스는 TAP에서 수하르토의 이름을 삭제하려는 이유가 그를 국가 영웅에 추서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프라보워 수비안토와 수하르토 가문 간의 유대 관계를 고려하면 수하르토의 복권은 더더욱 비판 받아야 한다”며 “취임 전에 쯘다나(Cendana, 수하르토 가족 재단) 가문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려진 것처럼 프라보워는 수하르토 대통령의 사위로, 수하르토 정권 당시 악명 높던 코파수스 특수부대 사령관으로 재직했다. 코파수스 특수부대는 수하르토 대통령의 정적을 납치, 고문, 살해하고 동티모르의 독립 운동을 잔혹하게 탄압하는 데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는다. 즉, 수하르토의 어두운 역사 속에 프라보워도 함께 존재한 것이다.

임파시알의 부국장 아르디만토(Ardimanto)는 MPR이 한 일은 단순한 이름이 아닌 수하르토와 그의 측근들이 저지른 부패, 담합, 족벌주의의 역사를 지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르디만토는 “수하르토의 이름을 삭제하는 것은 MPR 법령 자체의 뿌리를 뽑는 일이다. MPR TAP이 등장한 이유는 수하르토와 그의 측근들이 부패 관행 때문이었다. 98년 개혁 운동을 통해 TAP이 만들어졌으며, 이는 신질서 시대에 행해진 부패를 철저히 조사하라는 요구였다”고 말했다.

인니투데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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