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사회지원 정책이 민생으로 위장한 관권선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3년 3~5월, 9~11월 두 차례에 걸쳐 2,130만 가구에 각각 10kg의 쌀을 배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엘니뇨가 장기화됨에 따라 정부는 2조 6,700억 루피아(약 2200억원)의 추가 예산을 편성, 2차 쌀 배급 기간을 12월까지 연장했다.
또한 정부는 1,880만 가구에 대한 현금지원프로그램(BLT) 예산으로 7조 5,200억 루피아(약 6400억원)를 편성해 11~12월 지급할 방침이다.
올해 인도네시아 공공부조 예산은 총 496조8000억 루피아(약 42조 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예산(433조 루피아)은 물론 코로나 팬데믹 기간 때보다도 많다.
선거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스리 물야니(Sri Mulyani Indrawati) 인도네시아 재무부 장관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통과된 예산이라고 일축했다.
관권선거 정황
∎ 2023년 11월 6일 프라보워-기브란 선거캠프 명단이 발표되었다. 명단에는 아이를랑가 하르타르토(Airlangga Hartarto) 경제조정장관, 줄키플리 하산(Zulkifli Hasan) 무역부 장관, 아프리안샤 누르(Afriansyah Noor) 노동부 차관, 라자 줄리 안토니(Raja Juli Antoni) 농업공간계획부 차관이 포함되었다.
∎ 2023년 11월 21일 조코위 대통령은 정부령 제53/2023호를 발표, 프라보워와 기브란이 2024년 대선에 출마하고도 각자 장관과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 2023년 11월 22일 조코위 대통령은 당초 12월까지 예정되어 있던 파푸아 비악 눔포르(Biak Numfor)에 대한 쌀 지원 기간을 ‘가격 안정 유지’를 명분으로 2024년 3월까지 연장 발표했다.
∎ 2023년 12월 15일 중부자바 쁘칼롱안(Pekalongan)에서는 2024년 쌀 지원 대상을 2,130만 가구에서 2,200만 가구로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 2023년 12월 26일 국민수권당(PAN) 대표이기도 한 줄키플리 장관은 중부자바 끈달(Kendal)에서 가진 선거운동 중 정부의 사회지원 정책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누가 사회지원과 BLT을 주도하고 있나요?”라고 물었고, 청중들은 입을 모아 ‘조코위’를 연호했다. 이어 줄키플리는 “조코위가 PAN이고 PAN이 곧 조코위다. 이것이 우리가 기브란을 지지해야 이유 맞죠?”라고 외쳤다.
∎ 2024년 1월 9일 조코위 대통령은 내각회의를 열고 쌀 지원 및 엘니뇨 지원금 지급을 6월까지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
∎ 그로부터 6일 후인 2024년 1월 15일 아이를랑가 장관은 중부 롬복의 쌀 지원 대상자들을 만나 정부의 사회지원 기간 연장 소식을 전하며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인도네시아 국립대(UI) 교수 티티 앙그라이니(Titi Anggraini) 조코위 대통령과 장관들이 공공 업무와 선거운동을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티티는 “문제는 공직자들이 휴가를 내지 않고 국가 예산을 사용해 대규모 선거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아니스 바스웨단-무하이민 이스칸다르 선거캠프의 대변인 앙가 푸트라 피드리안(Angga Putra Fidrian)은 사회지원이 특정 정당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프라보워-기브란 선거캠프 대변인 비바 요가 마울라디(Viva Yoga Mauladi)는 정부의 사회지원 정책이 오래 전부터 계획돼 있었으며 대선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지원은 국민의 권리이며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이는 지역예산(APBN)의 메커니즘에 따라 집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지원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까?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청(BRIN) 정치연구센터의 연구원 아이사 푸트리 부디아트리(Aisah Putri Budiatri)는 사회지원 정책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측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 같은 관행이 대중, 특히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작년 12월에 실시된 콤파스 R&D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8.7%가 부동층으로 나타났다.
최근 조코위 대통령은 중부자바 지역 흉작 피해를 입은 농가에 800만 루피아(약 65만원)를 지급하는 등 사회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아이사는 해당 지원이 대선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2023년 12월 인도네시아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부자바와 족자카르타에서 간자르 프라노워-마흐푸드 MD의 당선가능성은 43.5%로 프라보워-기브란(36.5%) 보다 높게 나타났다.
아이사는 “중부자바에서 간자르의 발자취를 지우려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결선 투표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펼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간자르-마흐푸드 선거캠프 대변인 치코 하킴(Chico Hakim)은 “우리는 중부자바에서 ‘황소당(투쟁민주당)’의 승리를 확신한다”며 “국민의 권리인 정부의 사회지원 프로그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의도가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짧게 덧붙였다.
선거감독위원회의 입장은?
선거감독위원회(Bawaslu) 토톡 하리요노(Totok Hariyono)는 위원회가 조코위 대통령에게 선거운동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1월 29일 토톡은 BBC 인도네시아에 “사회지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선거감독위원회는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인사들에게 선거법에 위배되거나 대선 후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경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국가 윤리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NGO 단체인 인도네시아 부패감시(Indonesia Corruption Watch, ICW)의 에기 프리마요가(Egi Primayogha) 연구원은 선거감독위원회가 사회지원의 정치화에 더욱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감독위가 이 같은 문제를 방치한다면 앞으로 관권선거, 불법‧부정선거, 금권선거가 더욱 만연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니투데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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