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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카르타에 있는 한 카페는 지난 달부터 손님이 3분의 1로 줄었다. 대학생과 인근 국영은행 직원들로 북적이던 이곳은 이제 손님이 앉은 테이블보다 빈 자리가 더 많다.
카페 사장인 알도(Aldo)씨는 “예전에는 매일 오던 사람들이 이제는 일주일에 두세 번 이곳을 찾는다. 정부가 예산 효율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가게 매출이 급감했다. 이 정도로 나빴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서부자바 반둥의 마케팅 전문가 사라 아크말리아(Sara Akmalia)씨는 이제 곧 7살이 되는 아들의 학교를 고르면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사립학교를 보낼 형편이 못 되는데 최근 정부가 교육예산을 삭감하면서 공립학교에 대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사라씨는 “이곳은 전반적으로 불합리하지만 특히 교육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인도네시아에서 살기가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진다.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그대로다”라고 토로했다.
프라보워 정부는 수십조 루피아의 예산이 투입되는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대신 부처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고질적인 발육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니 정부가 8,300만명의 아동과 임산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무상급식 프로그램은 1월 6일 도입된 이후 부실한 메뉴, 위생 상태, 배송 지연 등의 문제로 뭇매를 맞고 있다.
사라씨는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최근 정부의 정책이 내 안에 불을 지폈다”며 “해외취업을 위해 5~6곳에 지원서를 낸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해외이주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이들은 정부의 예산 삭감, 구매력 감소, 보조금 연료 등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당장 도망가라’(#KaburAjaDulu)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현재까지 #KaburAjaDulu가 달린 게시물은 600만개에 달한다.
해외취업을 원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이미 해외로 나간 사람들 사이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숙련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에 있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전문가들을 본국으로 불러들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현지의 인도네시아인들은 오히려 나라를 떠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디아스포라 구성원들은 정부의 계획과 정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거주하는 28살 사나 주하이리(Sana Juhairi)씨는 남편과 함께 인도네시아로 돌아갈 계획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사나씨는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돌아갈 때를 대비해 고향에 땅을 살 계획이었다. 우리는 마음을 졸이며 대선을 지켜봤다. 결국 남편과 나는 이탈리아에 영구 거주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 전 주지사이자 대선 후보였던 아니스 바스웨단(Anies Baswedan)도 이민에 대한 대중적 담론에 공감을 표했다. 아니스는 온라인에 올린 영상을 통해 “인도네시아를 사랑하는 것은 부단한 인내를 요한다”고 말했다.
바흐릴 라하달리아(Bahlil Lahadalia) 장관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민붐에 대해 “인도네시아를 떠나려는 사람들은 진정한 민족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발언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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