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올해 36살 동갑내기 커플 올리비아 푸르바(Olivia Purba)와 디얼키얀 따이스(Dirkjan Tijs)의 이야기다.
북수마트라 출신인 푸르바는 발리의 한 비정부기구에서 파트너십 책임자로 일하며 커피, 카카오, 쌀, 계피, 해초 분야의 소규모 농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따이스는 2018년 발리에서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시작했다.
한 달 계획으로 발리에 온 따이스는 푸르바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일과 여행으로 많은 곳을 다녔지만 이 커플에게 발리는 마치 내 집과 같은 편안함을 주었다.
짱구(Canggu bali)의 방 3개짜리 빌라는 부부가 마련한 첫 번째 집이었다.
“친구나 가족이 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남는 방은 친구들에게 빌려주기도 했죠” 지속가능성 컨설턴트이자 남편과 여행사를 운영 중인 푸르바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부부에게 프라이버시는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아이도 없는 두 사람이 큰 집에 살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조용히 살기에는 짱구는 너무 번화가였다.
푸르바는 “남편과 저는 단순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우붓에 우리에게 딱 맞는 집을 짓기로 결심했죠”라고 말했다.
산기슭에 자리한 우붓은 열대우림과 계단식 논으로 유명하다.
2024년 2월 이들은 텃밭을 가꿀 수 있는 완벽한 부지를 발견했다.
300제곱미터(약 90평) 크기의 이 집터는 논과 숲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10분 거리에 상점과 식당이 있다.
땅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25년 임대를 선택했다. 땅 임대료로 3억 2500만 루피아(약 2900만원)를 지불했다.
푸르바는 “땅을 사는 것 보다 저렴하다는 이유 때문에 임대를 선택한 건 아니에요. 발리의 많은 토지가 도외인 손에 넘어가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 25년 후에는 발리 사람들에게 땅을 다시 돌려줄 수 있어요”
부부는 이 곳에 두 채의 작은 집을 지었다. 일본과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 영감을 받은 첫 번째 L자형 집과 로프트 구조의 두 번째 집을 짓는데 총 3만 달러(약 4300만원)가 들었다.
건축 자재를 운반하는 일이 너무 어려웠지만, 이 모든 과정은 그들에게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이 집에서 부부는 그토록 바라던 미니멀 라이프를 완성할 수 있었다.
따이스는 “집은 작지만 그다지 어수선하지는 않아요. 최대한 사용하는 물건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요즘 부부는 레몬그라스, 파슬리 같은 허브와 파인애플, 바나나 등을 재배하는 퍼머컬처 정원을 가꾸고 있다.
발리에서는 외식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이들은 직접 농사를 지어보기로 했다.
“양어장에서 물고기도 키우고 있어요. 먹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알겠죠”라며 푸르바는 웃었다.
이들이 선택한 길은 단순한 라이프스타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자신만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길이자,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만끽하는 여정이다. 매일 땅을 밟으며 얻는 그 평온함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특별하고도 아름답게 만든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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