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 많고 무능해”…
전·현 대통령 권력다툼 가능성
인도네시아 퇴역 장성들이 조코 위도도(조코위) 전 대통령의 장남이자 현직 부통령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의 탄핵을 요구하면서 전·현직 대통령 간 권력 다툼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5일 자카르타포스트 등에 따르면 퇴역 군 장성 단체인 퇴역군인포럼(FPP)은 최근 인도네시아 하원 의장과 상·하원이 합쳐진 국민협의회(MPR) 지도부에 공식 서한을 보내 기브란 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들어갈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브란 부통령이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헌법재판소 부정이 있었고, 과거 그가 소셜미디어(SNS)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을 비하한 의혹이 있다는 점, 국정 운영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헌법재판소는 출마 연령 규정을 바꿔가면서 기브란의 출마 길을 열어줬다. 당시 헌법재판소장은 조코위 전 대통령의 처남이자 기브란 부통령의 고모부였다.
또 한 인도네시아 SNS에서는 기브란 부통령의 것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계정이 프라보워 대통령을 비난하는 콘텐츠들을 대거 공유한 것이 발견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FPP는 “기브란은 부통령으로서 6개월 동안 대통령을 보좌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오히려 프라보워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처럼 광대하고 복잡한 나라에서 부적격하고 무능한 인물을 부통령으로 둔다는 것은 대단히 순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은 프라보워 대통령과 조코위 전 대통령 간 정치적 영향력 다툼이 시작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프라보워 대통령과 조코위 전 대통령은 오랜 정치적 경쟁자였다. 두 사람은 2014년과 2019년 대선에서 두차례 맞붙었고, 두 번 모두 조코위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하지만 조코위 전 대통령은 프라보워 대통령을 국방부 장관에 앉혔고, 지난 대선에서는 자신이 속했던 투쟁민주당(PDI-P) 후보가 아닌 프라보워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러면서 자기 장남인 기브란을 프라보워의 러닝메이트로 세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코위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기브란을 내세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프라보워 대통령의 대표적 지지 세력인 FPP가 프라보워 대통령과 교감을 갖고 기브란 부통령 탄핵을 요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치 분석가 데디 쿠르니아 샤는 조코위 전 대통령의 영향력에 맞서 프라보워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힘을 과시한 것이라며 “프라보워 대통령이 정치적 주도권을 주장한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탄핵은 명확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FPP의 요구대로 실제 탄핵 절차에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