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파푸아 상공에서 정체불명의 ‘무인기(드론)’가 폭탄을 투하하는 영상이 X(구 트위터)에 올라와 논란이 되었다.
투하된 폭탄은 인도네시아 국영 방산업체 핀다드(PT Pindad)가 제작한 GT5-PEA2형 수류탄으로 추정된다.
GT5-PEA2 수류탄은 비핵 폭발물 가운데 가장 강력한 폭발력을 내는 트리니트로톨루엔(TNT)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BBC 인도네시아는 지난 4월부터 핀다드 측에 수차례 문의를 시도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서파푸아 민족해방군-자유파푸아운동(TPNPB-OPM)의 대변인 세비 삼봄(Sebby Sambom)은 영상 속 드론 공격이 인딴 자야(Kab. Intan Jaya)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격 대상이 민간인인지, OPM 조직원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며칠 뒤 세비 삼봄은 서면성명을 통해 해당 드론 공격이 3월 28일 인딴 자야 히타디파구(Distrik Hitadipa) 자남바 마을(Kampung Zanamba)에서 벌어진 TPNPB-OPM의 공격에 대한 인도네시아군(TNI)의 보복 작전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명히 경고했으나 군이 이를 무시해 대응에 나선 것”이라며 “전쟁의 규칙과 국제인도법에 따라 정당한 무력 대응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주민들은 인근 마을과 인탄자야 주도 등지로 대피한 상태다.
해당 영상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BBC 인도네시아는 국방부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과거 인도네시아군은 파푸아 지역을 감시하기 위해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23년 12월 아구스 수비얀토(Agus Subiyanto) 통합군사령관은 리스티요 시깃 프라보워(Listyo Sigit Prabowo) 경찰청장과의 회동에서 드론이 정찰 임무에 활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작년 3월 인도네시아 육군 참모총장 마루리 시만준탁(Maruli Simanjuntak)도 1년 전부터 드론을 감시 장비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보전략연구소(ISESS)의 군사 전문가 하이룰 파미(Khairul Fahmi)는 영상 속 드론의 기종이나 운용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현재 인도네시아군이 무장을 탑재한 드론을 운용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방위산업은 이미 정찰, 감시, 정보 수집 등의 임무뿐 아니라 제한적 수송 및 정밀 타격이 가능한 드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도네시아 인권감시단체 임빠르시알(Imparsial)의 아르디 만토 아디푸트라(Ardi Manto Adiputra) 국장은 현행법상 무장 드론 운용을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푸아는 군사 작전 지역으로 지정된 적이 없기 때문에 군사용 드론 운용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드론 사용은 목표, 위치, 작전 결과 등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수반해야 하며, 민간인 피해 방지를 위한 고도의 정밀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사작전 이전에 드론 운용에 대한 명확한 법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파푸아는 뉴기니섬 서쪽 지역으로, 동쪽에 있는 독립국 파푸아 뉴기니와 달리 인도네시아에 속한다.
파푸아는 1961년 네덜란드에서 서뉴기니로 독립을 선포했지만, 인도네시아는 무력으로 이곳을 점령했다.
1969년 주민투표를 통해 인도네시아에 편입된 후에도 파푸아 독립운동가들은 투표가 조작됐다며 여전히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TPNPB는 무장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곳을 개발하려는 인도네시아 정부를 상대로 무력으로 맞서고 있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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