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장관 집도 침입…
경찰청장 “무정부적 행위에 단호한 조치”
최근 실업률이 급증한 인도네시아에서 국회의원 특혜에 반대하는 시위가 방화와 약탈 등 과격한 양상으로 번지자 경찰이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리스티요 시기트 프라보워 인도네시아 국가경찰청장은 전날 아구스 수비얀토 군사령관과 함께 TV 방송을 통해 “무정부적 행위에는 단호한 조치를 하라고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리스티요 청장은 “시민들은 표현하고 집회를 열 권리가 있다”면서도 “공공시설 방화와 경찰청 공격 등 현재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법을 위반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인도네시아 소셜미디어에는 리스티요 청장이 경찰 내부 영상 회의에서 “만약 누군가가 경찰 숙소나 경찰서를 침입하면 고무탄을 발포하라”고 명령하고 이에 경찰 관계자들이 손뼉을 치는 영상이 공유됐다.
현지 언론은 시위대가 스리 물야니 재무부 장관과 여러 국회의원 자택에 침입했다고 보도했다.
믈야니 장관 자택에서는 군인들이 시위대를 막았지만, 아흐마드 사흐로니 등 국회의원 3명 자택에서는 물품을 도난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스뎀(Nasdem)당 소속인 사흐로니 의원은 국회의원 주택 수당으로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시위대를 향해 멍청하다는 말을 해 논란이 됐다.
최근 시위가 과격해지자 주인도네시아 한국·미국·일본·싱가포르 대사관 등은 자국민에게 시위 현장 주변에는 접근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자카르타에 있는 모든 도요타 차량 대리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건물 전시장에서 차량을 전부 뺐고, 일부 BMW 매장도 같은 조치를 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국내 시위를 이유로 다음 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취소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소속된 그린드라당과 가장 많은 의석수를 보유한 투쟁민주당(PDI-P)은 각각 성명을 내고 국회의원 주택수당을 비롯해 과도한 특혜를 폐지하거나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9월부터 하원 의원 580명이 1인당 월 5천만 루피아(약 430만원)의 주택 수당을 받은 사실이 최근 언론 보도로 뒤늦게 알려지자 지난 25일부터 자카르타에서 시작됐다.
최근 한 현지 언론은 국회의원들이 월급과 주택 수당을 포함해 한 달에 1억 루피아(약 850만원)가 넘는 돈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회의원이 주택 수당으로 매월 받는 5천만 루피아는 자카르타 월 최저임금의 약 10배에 달한다.
지난 28일 시위 중 20대 오토바이 배달 기사가 경찰 장갑차에 깔려 숨지면서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했고, 남술라웨시주 마카사르에서는 시위대가 지방의회에 불을 질러 3명이 숨졌다.
시위대는 많은 국민이 급증한 세금과 실업률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에게 주는 주택 수당이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5%대 경제 성장률을 유지했으나 제조업 분야 일자리 감소로 노동자들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공식적으로 해고된 노동자 수는 4만2천명을 넘었고,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나 급증한 수치다.
베디 하디즈 호주 멜버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장은 “악화하는 경제, 지출 삭감, 부패 등 어떤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의회가 국민과 단절된 느낌을 주고 있다”며 “이것이 (인도네시아) 국민이 느끼는 근본적 불만”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