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북 자카르타의 어촌 마을 찔린찡(Cilincing).
저소득층 가구들이 밀집한 이 해안 마을에는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정규교육은 물론 병원진료조차 받을 수 없는 무적자 아동 수십 명이 있다. 미등록 혼인, 불분명한 가족 관계, 복잡한 행정 절차 탓에 이들은 법적 신분을 갖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찔링찡 어촌 마을은 오랫동안 매춘이 성행했던 지역으로 이곳의 아이들은 매춘부에게서 태어난 사생아라는 낙인이 찍힌다.
이 지역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데데 아유하나스(Dede Ayuhanas)씨는 “이곳엔 버려진 아이들이 많다. 그 중 매춘부의 자녀들도 있다”고 말했다.
밤이 되면 여전히 이곳은 매춘 소굴로 변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자카르타의 홍등가 대부분이 당국의 단속으로 대부분 사라졌지만 찔린찡 일대는 여전히 성매매가 이어지고 있다.
찔린찡 교각 아래에는 비영리 단체 ‘루마 블라자르 메라뿌티(Rumah Belajar Merah Putih)’가 운영하는 작은 학당이 있다. 2006년 설립된 이 학당은 현재 160명의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학당 설립자 데시 뿌르와뚜닝(Desi Purwatuning)씨는 “이 아이들은 대부분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거나, 부모가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어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2013년 주민등록법에 따라 출생 후 60일 이내에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혼외 출산이나 법적 혼인 관계가 없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의 경우 출생신고가 사실상 어렵다.
무적자 아동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지만 전국적으로 500만~700만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자카르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출생증명서 발급률이 높은 편이다. 인도네시아 중앙통계청(BP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자카르타의 18세 미만 아동의 98.6%가 출생증명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국 평균 보다 7% 높은 수치다. 하지만 찔린찡과 같은 소외 지역에서는 여전히 출생증명서를 갖지 못한 아이들이 적지 않다.
쁘라모노 아눙(Pramono Anung) 자카르타 주지사의 특별 보좌관 치코 하킴(Chico Hakim)에 따르면 자카르타 주민등록국(Dukcapil)은 최근 몇 달간 이 지역에서 출생증명서 발급을 시도했지만, 부모 정보가 불확실하거나 관련 서류가 부족해 대부분의 신청이 반려된 상태다.
인도네시아 교육감시네트워크(JPPI)의 국가조정관 우바이드 마뜨라지(Ubaid Matraji)는 “출생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로 학교에 갈 수 없다면, 그건 교육 제도가 아이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무적자 아동 문제는 제도적 보호에서 배제된 아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빈곤층 10%를 대상으로 한 인민학교(Sekolah Rakyat)조차 이 아이들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지나치게 관료적”이라고 덧붙였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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