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보호를 위해 장려되던 텀블러와 에코백이 인도네시아에서 소유와 과시의 상징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브랜드 텀블러 분실 사건이 뉴스거리가 될 정도다.
얼마 전 한 커플이 통근열차에서 텀블러를 잃어버렸다고 불평하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열차에 두고 내린 가방을 철도청 직원이 찾아줬지만, 가방 안에 있던 텀블러가 사라졌다며 직원을 추궁하는 내용의 영상이다.
해당 사건에 대한 네티즌 반응은 텀블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보여준다. 댓글에는 “신상 모델로 다시 사면 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는 텀블러를 오래 쓰는 환경용품이 아닌 쉽게 쓰고 버리는 유행템으로 여기는 인식을 반영한다.
Z세대 직장인 아마데아 누르하유(Amadea Nurhayyu)씨는 “스타벅스 텀블러 10개를 갖고 있지만 평소에는 콕시클(Corkcicle)과 프랭크 그린(Frank green)을 사용한다”며 “디자인과 용량이 실용적이어서 일회용 플라스틱 병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밀레니엄 세대 기자 안디라(Andira)씨도 “여러 도시와 국가의 스타벅스 텀블러를 수집해 갖고 있지만 평소에는 스탠리와 콕시클 텀블러를 사용한다”고 했다.

인도네시아대(UI) 커뮤니케이션·디지털마케팅 강사 하르윈드라 요가(Harwindra Yoga)에 따르면 텀블러 문화는 현재의 프리미엄 브랜드 등장 이전인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스타벅스 초기 호황기에 도시별·시즌별 한정판 텀블러를 해외 직구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같은 스타벅스 텀블러라도 솔로에서 산 것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구한 것은 그 가치와 상징성이 다르다”고 말했다.
하르윈드라는 SNS가 이러한 트렌드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스탠리 텀블러의 화재 생존기나 콕시클 브랜드 콜라보 소식에 사람들은 지갑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비를 ‘개인적 그린워싱’이라고 규정했다. 수마트라공과대 산업공학 강사 린다 구스비타(Rinda Gusvita)는 “최근엔 친환경 인식보다 사회적 지위나 개성을 보여주기 위해 프리미엄 텀블러를 사용한다”며 “환경적 가치를 강조하지만 실제 소비 행동과는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텀블러 한 개는 수백 번에서 수천 번까지 반복 사용해야 제작 과정에서 생긴 환경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수집용이나 단기 사용에 그치면 오히려 일회용 플라스틱 병보다 환경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과소비는 개인의 소비를 넘어, 행사나 사은품이 집 안에 쌓이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안디라씨는 “공공기관이나 기업 행사에서 받은 텀블러와 에코백이 쌓여간다”고 했다. 주부인 아미씨는 “배달 음식이나 장볼 때 사용하는 에코백이 집 안에 넘쳐난다”며 “대부분 방치되거나 나눠주거나 버려진다”고 말했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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