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아이들은 사회적 낙인과 제도 공백 속에서 민간 자원봉사자와 시민단체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중부자바주 솔로의 한 폐교 건물은 HIV에 감염돼 태어난 아이들의 거처다. 이곳에서 19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도시 반대편의 또 다른 주택에는 17명의 아이들이 모여 산다. 3명의 자원봉사자가 두 시설을 함께 돌보고 있다.
최근 이 쉼터에서 17살 소녀 한 명이 숨졌다. 그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 복용을 중단한 뒤 병원 치료를 받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소녀의 침대 밑에서 숨겨진 약을 발견했다.
이 사건은 쉼터 안 아이들의 불안정한 정서 상태를 보여준다. 동시에 국가의 HIV 지원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다. 약 복용 중단은 드문 일이 아니다. 감염 사실이 알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과 주변의 시선은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인도네시아 보건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HIV 감염자는 약 56만4000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약 65%만이 감염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치료를 받는 사람은 약 25만5000명에 불과하다.
치료제는 공공 보건시설에서 무료로 제공된다. 그러나 전국 1만3700여개 보건소 가운데 실제로 약을 제공하는 곳은 절반 수준이다.
보건부는 2030년까지 ‘95-95-95’ 목표 달성을 내세우고 있다. 감염 인지율과 치료율, 바이러스 억제율을 각각 9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재정과 인력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해외 원조 축소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초 미국 정부의 해외 원조 동결로 보건 분야 재원이 줄면서 현장의 부담이 커졌다.
이 같은 공백을 시민단체와 지역 조직이 메우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역에 수백 개의 단체가 HIV 대응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솔로의 두 쉼터 역시 민간의 손으로 시작됐다. 2012년 3명의 자원봉사자는 중태에 빠진 한 영아를 돌보기 위해 나섰다. 아이의 부모는 모두 숨졌고, 친척들은 양육을 포기한 상태였다. 이후 이들은 80명 넘는 HIV 감염 아동을 돌봐왔다. 초기에는 방 한 칸을 빌려 생활했고, 오토바이를 팔아 운영비를 충당하기도 했다.
주민 반발로 거처를 여러 차례 옮겨야 했다. 한동안은 공동묘지 부지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생활하기도 했다. 2023년에야 지금의 폐교 건물에 정착할 수 있었다. 서부 솔로의 두 번째 쉼터는 2024년 민간 재단의 기부로 마련됐다.
인도네시아에서 HIV 감염 아동을 전담하는 보호시설은 10곳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 복지시설의 경우 감염 아동 수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차별은 일상에서도 이어진다. 아이들은 감염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여러 학교에 분산 배치된다. 약 복용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메스꺼움과 피로 같은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 인도네시아 지부장 무함마드 살림(Muhammad Saleem) 박사는 의료와 교육, 고용 현장에서 HIV 감염자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변화의 가능성은 있다. 쉼터에서 자란 아이들 중 일부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성인이 된 후 대학을 졸업하고 자립한 사례도 있다.
솔로의 자원봉사자들은 최근 인근 토지를 매입해 새 쉼터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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