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인도네시아 최초의 스탠드업 코미디가 경찰 고발로 번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치·종교 풍자에 대한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코미디언들은 웃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의 작품은 코미디언 빤지 쁘라기왁소노(Pandji Pragiwaksono)의 넷플릭스 스탠드업 코미디 ‘멘스 레아(Mens Rea)’다. 지난해 12월 27일 공개된 이 작품은 인도네시아 넷플릭스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코미디언의 단독 스탠드업 공연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지난 1월 7일 한 개인이 빤지를 자카르타 경찰에 고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고발인은 자신이 이슬람 최대 단체인 나들라툴 울라마(NU)와 무함마디야의 청년 조직을 대표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연에서 두 단체가 정부로부터 광업 허가를 받은 사안을 풍자로 다룬 것이 선동과 신성모독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 상 해당 혐의는 최대 7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빤지는 공연에서 NU와 무함마디야가 정부를 지지한 대가로 광산 허가를 받았다는 점을 풍자로 다뤘다. 종교적 신실함이 정치적 판단의 기준이 되는 현실도 비판했다. 그는 “기도를 거르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사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빤지는 이후 논란에 대해 별도의 해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자카르타 경찰은 법률 전문가들과 NU, 무함마디야 측이 고발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음에도 절차에 따라 사건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인도네시아 형사사법개혁연구소(ICJR)는 성명을 통해 풍자와 예술적 표현에 따른 비판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코미디언들의 반응은 비교적 담담하다. ‘멘스 레아’에서 오프닝 무대를 맡은 아리벤 아디티야 다니오(Ariben Aditya Dhanio, 일명 벤 다니오)는 우려와 달리 대중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관객이 이런 종류의 농담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예 코미디언 리즈키 와휴 사푸트라(Rizky Wahyu Saputra, 활동명 리즈키 암본)도 이번 고발을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에 익숙하지 않아 나온 반응일 수 있다”며 “요즘 대다수의 관객들은 민감한 소재를 예상하고 공연을 본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는 이미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 잡았다. 콤파스TV는 2011년부터 ‘스탠드업 코미디 인도네시아(SUCI)’를 방영하고 있다. 인터넷 확산과 함께 숏폼 영상 기반의 코미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코미디언들은 직접적인 표현 대신 우회적 풍자를 활용하기도 한다. 정부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 가상의 국가를 끌어와 풍자하는 방식이다. 사회적 메시지를 유지하면서 논란을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코미디 그룹 헥띡홀릭(Hecticholic)은 이러한 방식으로 청년 실업과 부패, 빈부 격차 같은 사회 문제를 다뤄 왔다. 무능한 가상의 국가 공무원을 등장시켜 현실 정치의 모순을 풍자한다.
온라인 시사 풍자 콘텐츠 ‘인도네시아 라스트 위크(Indonesia Last Week)’를 운영하는 사티야 쁘라메시(Satya Pramesi)는 사실에 기반한 직설적 풍자를 택하고 있다. 전직 뉴스 앵커인 그는 “논란이 없지는 않지만 작업을 멈출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벤 다니오는 코미디의 기준을 ‘웃음’으로 정리했다.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인 벤 다니오는 자신을 둘러싼 고정관념을 웃음의 소재로 풀어냈다. 방송에서는 민감한 주제로 여겨지지만 현장에서는 큰 반발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 풍자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표현의 경계와 자유를 다시 환기시키고 있다. 현장의 코미디언들은 침묵 대신 각자의 방식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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