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가자지구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인도네시아 내에서는 외교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라보워 수비안또(Prabowo Subianto)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평화위원회 가입에 대해 “가자지구 평화를 실현할 역사적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분쟁 해결에 다시 나서야 할 시점”이라며 “이번 결정은 인도네시아의 평화 외교 노선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신중론이 잇따르고 있다. 인도네시아대학교(UI) 국제관계 전문가 소프완 알반나(Shofwan Al-Banna)는 “미국이 주도하는 기구에 참여할 경우 미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며 “비동맹 국가로서 쌓아온 인도네시아의 국제적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화위원회에는 현재까지 20여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알바니아, 아르헨티나,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바레인, 벨라루스, 불가리아, 이집트, 헝가리, 이스라엘이 포함됐다. 중동 국가 가운데서는 요르단, 파키스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합류했다. 반면 일부 유럽 국가는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위원회의 성격과 구성이다. 집행위원 명단에 팔레스타인 대표가 포함되지 않았고,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던 토니 블레어(Tony Blair) 전 영국 총리가 참여한 점도 비판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자지구 재건을 명분으로 내건 평화위원회는 사실상 유엔을 대체하려는 의도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위원회의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맡게 된다. 상임이사국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를 부담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평화 기구’라는 명분과 달리 정치·경제적 거래 성격이 짙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자카르타 이슬람국립대(UIN) 정치학 교수 알리 문하니프(Ali Munhanif)는 “국제 정세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며 “이 기구에 비판적인 국가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면 다자 외교에서 인도네시아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파라 신디케이트(PARA Syndicate)의 대표 비르디까 리즈키 우따마(Virdika Rizky Utama)는 “트럼프 주도의 평화위원회는 다자 합의에서 출발한 평화 모델이 아니라, 일방적 정치 구상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라며 “폭력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통제하는 구조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소프완 알반나는 “인도네시아가 가자지구 재건을 명분으로 특정 국가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며 “팔레스타인 당사자의 의견을 배제한 채 외부 세력이 해법을 정하는 방식은 과거 식민지 통치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인니투데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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