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 관계 및 문화유산 훼손 우려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카르타 중심부에 위치한 옛 영국대사관 부지를 활용해 이슬람 기관 공동 청사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1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은 지난 8일 자카르타 이스티크랄 모스크(Masjid Istiqlal)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울라마 협의회(MUI) 지도부 출범식에서 분다란 하이(Bundaran HI) 인근 약 4000㎡ 부지를 이슬람 기관 공동 본부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울라마 협의회와 국가자카트청(Baznas), 인도네시아와크프위원회(BWI), 하지기금관리청(BPKH), 기타 이슬람 단체 등이 입주하게 된다.
누스론 와히드(Nusron Wahid) 농지·공간계획부 장관은 해당 부지에 40층 규모의 청사를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곳은 1962년 영국 건축가 에릭 베드퍼드(Eric Bedford)가 설계한 옛 영국대사관 건물이 있는 부지로, 2013년 대사관이 남자카르타 파트라 꾸닝안(Patra Kuningan)으로 이전한 이후 현재까지 비어 있다.
자카르타 주정부는 해당 건물을 2016년 문화유산 B등급으로 지정했다.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물은 역사성과 희소성, 건축적 가치 등을 인정받아 철거가 금지된다. 인도네시아 문화유산법에 따라 용도 변경이나 개보수는 지방정부 또는 문화부 승인 아래 원형과 외관을 유지하는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건축계는 문화유산 보호 원칙 준수를 강조했다. 뜨구 아리얀또(Teguh Aryanto) 인도네시아건축가협회(IAI) 자카르타 지부장은 해당 건물이 인도네시아와 영국 간 외교 관계를 상징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그는 “1960년대 현대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상징적 건물로 반드시 보존돼야 하며, 기존 건물을 유지하면서 별도의 건물을 추가로 건립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뜨리삭띠대학교 도시 전문가 야얏 수쁘리아뜨나(Yayat Supriatna) 교수는 문화유산 건물의 용도 변경 자체는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문화유산 보존위원회의 승인과 해당 지역 용도 규정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쁘라모노 아눙(Pramono Anung) 자카르타 주지사는 대통령 계획을 지지하면서도 문화유산 보호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개발은 관련 규정을 준수하면서 대통령 지침과도 충돌하지 않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계획은 프라보워 대통령이 지난 3일 이슬람 단체 대표들과 회동한 이후 제시됐다. 당시 회의에서는 인도네시아의 가자지구 재건 관련 국제 협력 참여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울라마 협의회는 미국 주도의 재건 협의체 참여가 인도네시아의 친팔레스타인 외교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회동 이후 입장 변화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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