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낙태 규제를 두고 사회적 반발이 커지고 있다.
3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새 형법은 의학적으로 응급 상황이거나 성폭행으로 임신했을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를 형사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성폭행 피해자의 경우 임신 14주 안에만 낙태가 허용되며, 이를 위반하면 최대 4년의 징역형이 부과된다.
여성의 동의 하에 낙태를 시술한 경우에는 최대 5년, 동의 없이 시술할 경우 최대 12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2023년 제정된 보건법 역시 형법에서 규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여성 인권단체 삼사라(Samsara)의 이까 아유(Ika Ayu) 대표는 지난달 2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토론회에서 “낙태 문제는 도덕성과 규제가 맞물려 공개적으로 논의되기 어려운 주제”라고 말했다.
이까 대표는 2009년 보건법에서 낙태 예외 규정이 도입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적용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엄격한 요건과 복잡한 절차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조차 안전한 낙태 시술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심리적 고통 등 다양한 사정으로 낙태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지만 현행 규정은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 지부의 누라니 사비트리(Nurani Savitri)도 인도네시아가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CEDAW) 등 국제 협약을 비준했음에도 성·재생산 건강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관련 법적 기반이 있지만 새로운 규정이 여성의 신체 자율권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낙태가 엄격히 제한되면서 불법 시술과 낙태약 판매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서자바주 보고르에서 낙태약을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카르타 동부에서 2022년부터 361명을 시술한 불법 낙태 클리닉도 적발됐다.
한편 유엔인구기금(UNFPA) 인도네시아 대표 하산 모흐타샤미(Hassan Mohtashami)는 “낙태는 정부가 규제하는 의료 행위”라며 “원치 않는 임신의 상당수는 가족계획과 피임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행법상 가족계획·성병 예방·보건 교육을 담당하는 보건 전문가를 제외하고 미성년자에게 피임 도구를 보여주거나 제공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인도네시아법률구조재단(LBHM)은 해당 규정이 HIV 예방 활동과 성교육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도네시아 여성·아동보호부(PPPA)는 성명을 통해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있다”면서도 낙태에는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시 안드리아니(Desy Andriani) 여성권익보호 담당 차관보는 “낙태 제한은 여성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위험한 시술을 막고 안전한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폭력 피해자들이 사회적 비난과 복잡한 법·의료 절차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성폭력근절법 시행을 강화하고 여성·아동 보호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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