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대규모 개각을 계기로 전임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이하 조코위) 대통령과의 관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국정 장악력을 높이면서도 조코위 세력이 야권으로 돌아서는 것을 막으려는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프라보워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지난 1~2일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친정부 정당들의 정부 내 입지가 넓어졌고, 24명이 넘는 각계 인사가 대통령자문위원회(Wantimpres)에 합류했다.
조코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리스티요 시깃 프라보워(Listyo Sigit Prabowo) 경찰청장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프라틱노(Pratikno) 인간개발·문화조정장관은 대통령자문위원장을 맡았다. 여론조사 전문가 출신 무함마드 꼬다리(Muhammad Qodari) 정부소통청(Bakom) 청장도 대통령자문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임명됐다.
여론조사기관 인도네시아여론조사연구소(LSI)의 정치분석가 유스 끄나와스(Yoes Kenawas)는 이번 인사에 대해 프라보워 대통령이 신뢰하는 인사들을 핵심 보직에 배치해 독자 기반을 다지면서도 조코위 측근들을 자신의 영향권에 두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조코위가 밀려나 야권으로 돌아설 경우 프라보워 대통령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잠재적 경쟁자들을 정부 안에 두는 것도 이들이 외부에서 세력을 규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조코위의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Gibran Rakabuming Raka) 부통령을 둘러싼 법적 논란도 변수로 거론됐다. 헌법재판소는 기브란의 2024년 부통령 선거 출마 자격과 학력 요건을 문제 삼은 심판 청구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정치분석기관 엑스포지트 스트래티직(Exposit Strategic)의 분석가 아리프 수산토(Arif Susanto)는 이번 개각을 정부 안팎의 정치적 불안에 대비해 조코위 부자와의 관계를 조율하려는 시도로 해석했다. 반대 세력이 기브란 문제로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고, 헌재 결정이 탄핵 문제로 번지면 프라보워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정부소통청장에 임명된 활동가 샤간다 나잉골란(Syahganda Nainggolan)은 지난달 기브란의 부통령 출마가 국가의 도덕적·윤리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기브란의 출마는 삼촌인 안와르 우스만(Anwar Usman)이 헌법재판소장으로 재직할 당시 내려진 논란의 헌재 결정으로 가능해졌다. 안와르 전 소장 역시 이번 인사에서 대통령자문위원으로 임명됐다.
조코위 전 대통령은 개각이 대통령의 고유한 인사권이라고 밝혔다. 기브란의 학력 논란에 대해서는 선거관리기관이 2024년 부통령 출마 자격을 인정했다며 아들을 옹호했다.
조코위 전 대통령은 최근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전국 순회에 나서고 지지단체들과의 접촉을 확대하는 한편, 막내아들 카에상 팡아릅(Kaesang Pangarep)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연대당(PSI)에도 공식 가입했다.
프라보워 대통령도 조코위 진영 밖의 정치세력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조코위가 과거 몸담았던 야권 성향의 투쟁민주당(PDI-P) 대표 메가와띠 수까르노뿌뜨리(Megawati Soekarnoputri)를 만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프라보워와 조코위의 정치적 결별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치세력 간 관계가 유동적인 데다 친정부 세력이 다수인 국회의 선거제도 논의 등 여러 변수가 2029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연대 구도를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니투데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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