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번 임기 세 번째 개각을 단행, 대상자를 발표했다. 그러나 국정운영의 변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번 내각개편이 국정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인사라기 보다 대통령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방편이라는 게 중론이다.
15일 조코위 대통령은 신임 무역부 장관에 줄키플리 하산(Zulkifli Hasan) 국민수권당(PAN) 총재를, 농지공간기획부(Menteri ATR) 장관에 전 국군 최고사령관(Panglima TNI) 하디 트자흐잔토(Hadi Tjahjanto)를 임명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두 장관에 대해 식용유 가격 문제와 토지 분쟁 같은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대통령은 줄키플리 장관에 대해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식량 문제는 현장의 소리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신임 무역부 장관은 오랜 경험과 실적을 가진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디 장관에 대해서는 “전직 사령관 신분으로 실제 영토를 통제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현장에서의 업무 방식이 매우 섬세한 걸로 정평이 나 있다. 신수도를 포함한 여타의 토지 분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노동부 차관에는 이슬람 정당 ‘초승달별당(Partai Bulan Bintang)’의 사무총장 아프리안샤 누르(Afriansyah Noor)가, 농지공간기획부 차관에 인도네시아연대당(Partai Solidaritas Indonesia)’ 소속 라자 줄리 안토니(Raja Juli Antoni), 내무부 차관에 전 자야위자야 군수(bupati Jayawijaya) 존 웸피 웨티포(John Wempi Wetipo)가 임명됐다.
공공정책 분석가 트루부스 라하디안샤(Trubus Rahadiansyah)는 BBC 인도네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새로 임명된 장/차관의 배경이 맡은 직책과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식용유 사태나 토지 분쟁 같은 문제는 전문성을 요하는 사안”이라며 “혼란의 시기를 거친 인도네시아에는 경제 회복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정부 임기가 2년 남짓 남아있는 상태에서 새 내각이 확실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토지 분쟁, 해결보다 갈등 초래
농업개혁컨소시엄(KPA) 사무총장 드위 카르티카(Dewi Kartika)는 토지 분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이번 인사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국군사령관 출신의 하디 트자흐잔토를 농지공간기획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다.
드위 사무총장은 “토지 분쟁을 처리함에 있어 군사주의적 접근 방식은 오히려 농부나 토착민에 대한 ‘과잉 범죄화’ 현상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KPA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해동안 인도네시아에는 207건의 토지 분쟁이 있었다. 이 가운데 조코위 정부의 국가 전략 프로젝트로 관련 분쟁은 38건으로 보고됐다. 이는 전년 대비 123% 증가한 수치다.
개각의 진실
새로 임명된 장/차관 명단에는 정당 출신이 지배적이다. 전략 및 국제연구센터(CSIS)의 아리아 페르난데스(Arya Fernandes) 연구원은 이번 개각이 조코위 대통령이 임기동안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조코위 대통령은 연립정당 내부의 정치적 리스크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분명한 목표 없이 내각개편을 추진했을 리 없다”며 “예컨대 형법개정, 금융 개혁 및 신수도 이전에 이르는 전략적 정책들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역부 장관의 교체는 표면적으로는 팜유•식용유 파동과 관련하여 잇단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난해 여당 연합에 합류한 국민수권당의 총재를 내각에 참여시킴으로써 입지를 굳히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한편 줄키플리 신임 무역부 장관은 식용유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어디서나 저렴한 가격으로 식용유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하디 신임 농지공간기획부 장관은 “2021년에만 수십건의 토지 분쟁이 발생했다”면서 “조코위 대통령이 부여한 과제를 완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프라모노 아눙 내각사무처 장관은 이번 개각에 대해 “내각의 체질 개선을 위한 조치”라며 “대통령은 지난 임기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식용유, 식량, 에너지 등 현안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두고 내각을 개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니투데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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