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주권연합(Koalisi Buruh Migran Berdaulat, 이하 KBMB)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말레이시아 사바주(Sabah) 타와우 이민수용소(Depot Tahanan Imigrasi Tawau)에서 최대 18명의 인도네시아 시민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중 한 명은 사망 전까지 학대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인도네시아인 이민자들이 이곳 타와우 이민수용소에서 비인도적 처벌과 고문을 겪은 사실도 확인된다.
주 타와우 인도네시아 영사 헤니 하미다(Heni Hamidah)는 심장마비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시민의 사망 원인을 재조사 하겠다고 밝혔다.
자카르타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사바 전역 이민수용소에서 149명의 인도네시아 수감자가 사망했으며, 이들 대부분이 코로나19, 장기부전,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했다고 해명했다.
현실이 지옥 같은 곳
보고서에는 KBMB 진상조사팀(TPF)이 이곳 수감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인도네시아 시민 수아르디(Suardi)의 사망 원인을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KBMB 팀은 수아르디가 학대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뷰한 수감자 중에는 그의 형제도 있었다.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어느 날 수하르디가 교도관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는데 심하게 부상을 입은 상태로 수갑이 채워진 채 독방에 갇혔다. 그리고 2021년 1월 초 그는 사망했다.
이와 별개로 KBMB 팀은 이곳 수감자들도 비인도적 처벌과 고문에 시달렸을 것으로 판단했다. 보고서에는 “폐쇄적이고 고립된 수용소에서 다양한 형태의 처벌과 비인도적 대우, 고문까지 자행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KBMB 진상조사팀의 아부 무파히르(Abu Mufakhir)는 이민수용소 접근제한으로 인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규정상 유엔(UN), 국제 적십자, 말레이시아 인권위원회만이 이곳에 들어갈 수 있다.
아부 무파히르는 26일 BBC 인도네시아에 “운 좋게 수감자들을 만날 기회가 생겨 구금 중 발생한 각종 폭력과 인권침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인권위원회 전 회장 제랄드 요셉(Jerald Joseph)은 25일 KBMB의 진상조사팀 보고 자리에서 “수감자들은 학대가 발생해도 수용소 전화비가 비싸고 접근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고발할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감들은 이곳에서 종종 등나무 채찍으로 처벌을 받는데,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 같은 처벌이 불법 입국자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수용시설 상황도 심각하다.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비좁은 방이 칸칸이 붙어있다. 음식이나 위생 상태는 말 할 것도 없이 아픈 수감자들조차 제대로 된 약을 제공 받지 못하고 있다. 심할 경우 진통제를 주는 게 전부다.
평소 몸이 허약했던 아리스(Aris)라는 수감자는 자주 통증을 호소했으며 실신하는 일도 잦았지만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2021년 9월 실신한 채로 병원에 이송된 그는 2시간 후 사망했다. KBMB 팀 아부 무파히르는 수용소가 전문적인 의료진과 서비스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코타키나발루 인도네시아 총영사 라파일 왈랑기탄(Rafail Walangitan)은 수용시설 내 위생 상태를 심각하다는데 공감했다. “수감자 대다수가 피부병과 가려움증을 호소한다”며 “제대로 씻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라파일 영사는 설명했다.
헤니 영사는 이러한 문제가 시설 내 수용인원이 정원을 초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BMB 보고서에 따르면 타와우 이민수용소 총 정원은 1500명이지만 현재 수감자 수는 2000명이 넘는다.
라파일 영사는 문제가 발견된 사항들에 대해 말레이시아 당국에 ‘개선조치’를 요구했다면서도 “최소한의 물품 제공이나 수용인원을 조정하는 수준에서 요청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KBMB 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말레이시아 당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KBMB 진상조사팀은 이번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으며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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