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지방의회(DPRD)가 대중교통 ‘앙콧(Angkot)’에 여성전용석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전 공공시설 연합(KRPA: Koalisi Ruang Publik Aman)이 2020년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인도네시아 여성의 절반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8.89%가 공공장소에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들이 성희롱을 가장 많이 겪는 장소는 1위 길거리, 2위 주거지, 3위 대중교통으로 나타났다.
BBC 인도네시아에 따르면 여성전용석에 대한 담론은 최근 발생한 성추행 사건으로 촉발됐다. 자카르타 남부의 한 앙콧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피해 여성이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영상에는 가해자로 보이는 남성과 함께 울부짖는 여성의 목소리도 담겨있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현재 용의자를 쫒고 있다.
사건이 알려지자 샤프린 리푸토(Syafrin Liputo) 자카르타 교통국 국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가장 대중적인 교통 수단인 앙콧에서 연일 성추행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당국은 남녀 좌석을 분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팬데믹 이후 현재는 중단된 상태지만 트랜스자카르타(transjakarta) , KRL, MRT에는 여성전용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대중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수용 인원이 10명 남짓인 앙콧의 좌석을 분리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것이다.
국가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안디 옌트리야니(Andy Yentriyani) 위원은 좌석 분리 만으로도 실제 성범죄에 대한 억제 및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피해자 신고 및 지원 등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들 가운데 성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팬데믹이 끝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면 대중교통 이용자는 늘어날 것이다. 성범죄 피해 예방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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