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20세기 최악의 대량학살 사건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 학살’ 사건 등에 대해 국가 권력에 의한 ‘대규모 인권침해’라고 인정하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11일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 자카르타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심각한 국가 인권 침해 해결팀(PPHAM)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 나라의 지도자로서 분명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과거 여러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인정하고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1965년 발생한 인도네시아 학살 사건을 비롯해 자신이 재임하기 전인 2003년까지 총 11건의 사건을 언급한 뒤 “희생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깊은 연민과 공감을 느낀다”라며 “피해자들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권리를 회복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또 앞으로 정부에 의해 이 같은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수하르토가 이끌던 인도네시아 군부는 1965년 인도네시아 공산당이 쿠데타(9•30 사건)를 일으키자 이를 진압한다며 공산당 인사를 비롯해 화교 등 민간인을 무차별 살상했다.
인도네시아 군부는 당시 약 6개월 사이 50만 명 이상을 집단 학살했으며 60만 명 이상을 감옥에 가둔 것으로 추정된다.
수하르토는 또 대학살 이후 대통령에 올라 약 31년간 독재했으며 당시 대규모 학살 사건을 공산주의자의 위협에 맞선 국가적 항거라고 교과서에 기술하는 등 집단 학살을 부인해왔다.
또 수하르토 정권은 동티모르를 비롯해 서 파푸아와 아체주의 독립운동을 무력으로 탄압했고, 1998년 수하르토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대규모 거리 시위 때도 수십 명의 학생 시위자들과 시민운동가들을 살해하기도 했다.
수하르토 정권 이후에도 2003년 파푸아 동부 지역에서 경찰관이 수십 명의 민간인을 살인하고 고문, 납치하는 등 각종 인권침해가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역사상 첫 직선제를 통한 정권 교체를 이룬 조코위 대통령은 2014년 취임 이후 과거 정부에서 벌어진 각종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날 조코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당시 사건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하게 됐다.
다만 인권 단체들은 이번 대통령 유감 표명으로는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가해자들에 대해 재판을 하고, 법적으로 사건이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스만 하미드 국제앰네스티(AI) 인도네시아 집행 이사는 “유감 표명이 아닌 사과를 해야 했다”라며 “정부는 법원을 통해 인권 유린을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