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들이 미얀마 쿠데타 정권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차기 의장국으로 미얀마를 배제하기로 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필리핀은 2026년 아세안 의장국이 될 준비가 돼 있다”라며 “우리는 동료 회원국의 지원을 믿고 아세안 중심성을 강화하며 역내 평화와 안보, 안정,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지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세안은 회원국의 알파벳 순서에 따라 매년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는다. 이에 따라 2026년은 미얀마가 의장국을 맡을 차례지만 아세안 정상들은 미얀마를 건너뛰고 다음 순서인 필리핀이 의장국을 맡는 것에 동의했다.
이처럼 아세안이 아직 3년이나 남은 의장국 자리를 놓고 미얀마를 압박하는 것은 미얀마 사태에 대해 아세안 국가들이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세안 회원국인 미얀마의 군부가 2021년 2월 쿠데타를 일으키자 그해 4월 아세안 정상들은 줄기차게 폭력 중단 등을 촉구해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세안이 강력한 제재를 내리지 않는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말레이시아 등은 미얀마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미얀마 군부와 가까운 태국은 미얀마를 다시 아세안 회의에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이견이 나온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 때문에 아세안 정상들은 회의 후 내놓을 공동성명에서도 미얀마 관련 부분은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회의의 의장인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 개막 연설을 통해 “아세안은 어떤 강대국의 대리인이 되지 않기로 합의했다”라며 “우리의 배를 파괴적인 경쟁의 장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세안 정상들을 향해 “우리는 지도자로서 이 배가 계속 움직이고 항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평화와 안정, 번영을 함께 달성하려는 성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