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바꾸고 장남 부통령 후보로…
주요 대학선 반정부 시위
70%대의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이 모교에서는 학생들로부터 ‘부끄러운 동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고 자카르타 포스트가 21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에 있는 가자마다 대학교는 지난 19일 오후 개교 74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가자마다대는 조코위 대통령이 졸업한 학교로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UI), 반둥 공과대학교와 함께 인도네시아 3대 명문대로 꼽힌다.
당초에는 조코위 대통령이 이번 행사에 직접 참석하거나 화상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궁은 조코위 대통령이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아세안 특별 정상회담에 참석했다가 행사 당일 새벽에 돌아왔고, 이날 오전에도 다른 행사를 소화하느라 너무 바빠서 가자마다대 행사에는 온오프라인 모두 참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자카르타 포스트는 행사 당일 오후에는 조코위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 없었다며, 최근 가자마다대 학생회의 시위가 행사 불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가자마다대 학생회는 지난 8일 ‘가장 부끄러운 가자마다대 동문’이라고 쓴 플래카드와 함께 절반은 왕관, 절반은 농부의 모자를 쓴 조코위 대통령의 사진을 내걸고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조코위 대통령이 서민적이고 소탈한 모습으로 인기를 얻지만,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를 부통령 후보로 세우기 위해 선거법을 바꾸는 등 ‘정치 왕조’를 구축하려 하고 민주주의를 퇴보시켰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헌법 재판소는 대통령과 부통령 출마 연령을 40세 이상으로 제한한 선거법이 위헌이라며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된 전력이 있는 사람은 연령 제한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소원을 인용했다.
위헌 심판 당시 조코위 대통령의 매제인 헌재 소장은 이해 상충 방지 의무를 위반하고 배석하기도 했다.
이 덕에 36세인 기브란 수라카르타 시장은 내년 2월에 열리는 대선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기브란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의 러닝메이트로 뛰고 있으며, 이들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대학가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조코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가자마다대에 이어 인도네시아 국립대 학생회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대학생 시위를 막기 위해 학생회 주요 간부들을 위협한다는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대학의 멜키 세덱 황 학생회장은 성희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이 결백하다며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것에 대한 정부의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가자마다대에서 시위를 조직했던 기엘브란 엠 누르 학생회장도 최근 정보국에서 나온 사람이 학교에 자신에 대한 개인 정보를 요청하는 등 사찰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