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성직자는 교황 머리에 입맞춤…
인니 종교화합 상징 ‘우정의 터널’ 방문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도네시아 이슬람 최고 성직자를 만나 종교적 폭력과 싸우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5일(현지시간) 현지 안타라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오전 자카르타에 있는 이스티크랄 모스크를 찾았다. 이스티크랄 모스크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로 10만명 이상이 동시에 예배를 볼 수 있다.
교황은 이곳에서 이스티크랄 모스크 대(大) 이맘(이슬람 성직자)인 나사루딘 우마르와 지하 터널을 찾았다.
‘우정의 터널’로 불리는 이 터널은 이스티크랄 모스크와 그 맞은편에 위치한 자카르타 대성당을 연결하는 지하도로 인도네시아 종교 화합의 상징으로 꼽힌다.
교황은 이곳에서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신을 찾아 걷고,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경직성과 근본주의, 극단주의로부터 지켜낼 수 있는 상호 존중과 사랑에 기초한 열린 사회 건설에 기여하자”고 독려했다.
이어 두 사람은 이스티크랄 모스크 앞 마당에 마련된 천막에서 ‘이스티크랄 선언문’에 서명했다.
이 선언문은 종교가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남용돼서는 안 되고 갈등을 해결하며 인간 존엄성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고 적혀 있다.
또 환경과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현재의 기후 위기를 인간이 만들었다고 명시했다.
선언문은 “인간이 공동의 터전인 자연을 착취하는 것은 기후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자연재해와 지구 온난화, 이상 기후 등 다양한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런 지속적인 환경 위기는 인류의 조화로운 공존에 걸림돌이 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개신교, 힌두교, 불교, 유교 등 다른 종교 지도자들은 이 선언문에 따로 서명하지는 않았지만, 주최 측에 의해 ‘동참’한 것으로 기록됐다.
교황은 이날 연설을 통해 “우리는 모두 형제이며 차이를 넘어 모두 신에게 가는 순례자”라며 화합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우마르 대이맘도 연설에서 이스티크랄 모스크 설계자가 기독교 건축가라고 소개한 뒤 이곳이 무슬림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다양한 사회•교육 프로그램에 사용된다며 “우리는 인류가 하나라는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이곳에 들어와 혜택을 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후 교황이 모스크를 떠날 때 우마르 대이맘은 허리를 굽혀 휠체어에 탄 교황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교황도 우마르 대이맘의 손에 입을 맞췄다.
교황은 이날 오후에는 자카르타에 있는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에서 대규모 야외 가톨릭 미사를 집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