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발리 PPKM 비상조치(PPKM Darurat)가 지난 7월 20일 종료됐다. 강력한 방역 조치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세를 꺾겠다는 처음 취지와는 다르게 상황은 심각해졌고, 한 때 인도네시아 일일 확진자수는 56,000여명에 까지 이르렀다. 그러는 사이 인도네시아는 전세계 외신들이 가장 주목하는 ‘코로나19 위험국’이라는 불명예까지 얻게됐다.
PPKM 비상조치 총괄 책임으로 임명된 루훗 빈사르 빤자이딴(Luhut B. Pandjait) 해양투자조정부 장관에 대해서도 여론은 냉담하다. 루훗 장관은 일일 확진자수를 10,000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보였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무하지르 에펜디(Muhadjir Effendy) 인적자원개발•문화조정부 장관은 대통령이 PPKM 비상조치를 7월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는 경솔한 발언으로 혼란을 야기시켰다. 정작 이날 비상조치 연장에 관한 대통령의 공식 입장은 발표된 게 없었다.
효과 없이 시간만 보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18일간의 PPKM 비상조치는 정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 루훗 장관의 말말말.
7월 17일 루훗 장관은 “지역간 이동량의 감소로 자카르타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낙관했다. 발리에 대해서도 그는 같은 입장이었다.
이에 앞서 12일 루훗 장관은 대통령 비서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부의 대응 능력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 코로나19 상황은 충분히 통제되고 있다”면서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2. 뒷북사과 퍼레이드
PPKM 비상조치 총괄 책임으로 임명된 직후 루훗 장관은 “18일 동안 시행될 PPKM 비상조치가 코로나19를 막는 최적의 대응책이 못될 경우 정부가 모든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인도네시아에는 대규모 감염사태가 발생했고, 원인은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감염 속도가 7배 빠른 델타변이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 했지만 결과적으로 감염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모든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것이 내 불찰이다. 이에 인도네시아 국민께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에릭 또히르(Erick Thohir) 공기업부 장관, 리드완 카밀(Ridwan Kamil) 서부자바 주지사 등 정부 고위 관리들의 뒷북사과는 계속 이어졌다.
3. 조코위 대통령 지지율 하락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방역 및 경제 회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번번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대통령 지지율도 영향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유력 설문조사 기관 LSI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에 대한 만족도가 최근 6개월 사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68.9%를 차지했다. 대통령의 인기가 여전히 높다고는 하지만 지난 달 국정수행 지지도는 59.6%를 기록했다.
4. 범죄자로 낙인찍힌 시민들
PPKM 비상조치는 수많은 ‘시민 범죄자’를 양산했다. 방역 수칙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 시민은 날로 늘어 만 갔다.
서부자바 따식말라야(Tasikmalaya)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아셉 루트피(Asep Lutfi 23)는 3일 간 구치소에 감금됐다. 그는 벌금 5백만 루피아를 내지 못해 이 같은 처벌을 받아야만 했다.
노상에서 죽을 만들어 파는 사와 히다얏(Sawa Hidayat 28)라는 청년은 PPKM 비상조치 기간 공공질서 및 지역사회 보호 구현에 관한 서부자바 정부령 제5/2021호의 21조 1/2항, 34조 1항 위반 혐의로 따식말라야 지방법원으로부터 5백만 루피아 벌금형에 처해졌다.
중부 자바 반유마스(Banyumas) 경찰서는 코로나19 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3명을 체포했으며, 자카르타 찌키니(Cikini) KFC 매장 앞에서 PPKM 비상조치를 거부하는 시위대 15명도 체포됐다.
이 뿐만 아니다. 탄중 페락(Tanjung Perak) 항만 경찰은 수라바야 켄제란(Kenjeran) 불락 반텡(Bulak Banteng) 지역에서 방역 감독관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두 명을 청년을 체포했다. 그들은 벽돌을 던져 감독관의 차량 유리를 깨뜨렸다. 경찰 조사에서 그들은 방역 수칙 위반 혐의로 여동생이 구금되자 화가 나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5. 시민의 분노
정부의 방역 조치에 반대하는 시민들로 인해 곳곳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동부자바 수라바야에서는 수십 명의 주민들이 방역 순찰 중인 경찰관을 공격한 사건이 있었다. 통행 금지 시간대에 여전히 문이 열려있는 가게를 발견한 경찰은 그 자리에서 신분증과 LPG 를 압수하려고 했다. 이 모습에 주민들이 몰려 들었고 서로 격렬하게 대치했다. 시민들은 해당 경찰을 향해 공격까지 서슴치 않았다.
솔로시에도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노토하르조(Notoharjo)에 있는 한 시장에서 많은 상인들이 방역 순찰 중인 경찰과 대립했다. 경찰은 방역 조치 위반을 이유로 들어 노점 폐쇄를 명령했다. 순순히 따를 수 없었던 상인들은 경찰의 강압적인 태도에 분노했고 결국 몸 싸움으로 까지 이어졌다.
긴급 PPKM 시행 첫날인 7월 3일에는 이동 차단 통제지점 곳곳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동부 자카르타의 칼리말랑 람피리(Lampiri, Kalimalang, Jakarta Timur) 지점에서 출퇴근을 통제하던 경찰이 운전자들의 반발로 곤욕을 치뤘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민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져 이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이 같은 상황은 버까시와 자카르타의 경계 지점에서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이동을 막는 경찰과 가겠다는 시민들 사이의 갈등은 한 동안 계속됐다.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하는 시민을 향해 경찰이 돌을 던지거나, 통제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고함을 지르며 일제히 경적을 울리는 광경도 연출됐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비상조치를 단 5일만 연장했다. 강화된 비상조치에 반감을 갖고 있는 여론을 의식한 듯 방역조치를 이르는 타이틀명도 바꿨다. 하지만 정작 이름만 달라졌을 뿐 내용에서는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확진사례는 조금 꺾인 듯 보이지만 검사 인원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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