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에서 홍역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확산된 백신 불신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도네시아의 홍역 발생은 최근 몇 년 사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6개월 동안 인도네시아 홍역 확진자는 총 1만744명으로 집계됐다. 예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연간 환자 수도 크게 늘었다. 2024년 7191명에서 2025년 1만7204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26년 3월 3일 기준 의심 사례는 1만453건 보고됐다.
환자의 대부분은 어린이였다. 2025년 기준 전체 환자의 약 80%가 9세 이하였으며, 이 가운데 5세 미만 영유아가 53%를 차지했다.
홍역 확산 우려가 커지자 당국은 르바란(이둘피뜨리)을 앞두고 영유아 보호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가족 모임이 많은 시기인 만큼 포옹이나 입맞춤을 자제하라는 것이다.
홍역은 발열, 기침, 콧물, 발진이 특징이며 중이염·폐렴·뇌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 위험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홍역 증가의 원인으로 낮아진 예방접종률을 꼽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도네시아의 예방접종률은 크게 하락했다. 보건 당국의 노력으로 2022년 접종률은 92%까지 회복됐지만 2023년 이후 약 82%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백신 접근성 문제도 여전히 존재한다. 도서 지역과 오지에서는 의료 시설과 보건 인력이 부족해 예방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백신 기피 현상까지 겹치며 접종률도 낮은 상태다.
서자바주 브까시의 소아과 전문의 메가 셉티아나(Mega Septiana) 박사는 올해 들어 홍역 환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월 1~2명 수준이던 환자 수가 4~8명까지 늘었다”며 “환자의 약 80%는 백신 미접종 아동이었다”고 말했다.
메가 박사에 따르면 환자 가운데 일부는 아직 접종 시기가 되지 않은 생후 9개월 미만 영아였고, 일부는 접종 시기를 놓쳤거나 보호자가 접종을 거부한 아동이었다.
호주 그리피스대학의 역학자 디키 부디만(Dicky Budiman)은 백신 기피가 세계 보건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허위 정보와 음모론이 확산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말했다.
과거 인도네시아의 백신 논란은 주로 종교적 이유에서 제기됐다. 2018년 리아우주와 남술라웨시주의 일부 이슬람 지도자들은 홍역·풍진(MR) 백신에 돼지 유래 성분이 포함됐다며 예방접종 중단을 요구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최고 이슬람 기구인 울라마협의회(MUI)가 해당 백신 사용을 허용하는 종교 판결(파트와·fatwa)을 내리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허위 정보와 음모론에 기대는 반(反)백신 주장이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부데 웰니스(Bude Wellnes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리즈키 노비안티(Rizki Novianti)는 지난 2월 소셜미디어에서 백신 접종을 비판해 논란이 됐다.
전문가들은 허위 정보 대응과 예방접종 홍보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마다 반백신 정서의 원인이 다른 만큼 지역 특성에 맞는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중보건 정책 연구기관 인도네시아전략개발이니셔티브센터(CISDI)의 유르디나 메일리사(Yurdhina Meilissa)는 접종률 저하가 공급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접종 데이터 입력 지연 등으로 백신 공급이 늦어지면 접종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전국에 최소 두 달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이 확보돼 있다고 밝혔다. 르바란 이전에는 홍역 발생률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발병 대응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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