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루피아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1만8000루피아를 넘어섰고, 증시는 장중 5% 넘게 급락하며 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4일 자카르타글로브 등에 따르면 달러·루피아(USD/IDR) 환율은 이날 장중 1만8000루피아를 돌파했다. 올해 들어 루피아 가치는 8% 가까이 하락해 아시아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표 주가지수인 자카르타종합지수(JCI)도 장중 한때 5% 넘게 떨어졌다. 이후 일부 낙폭을 회복했지만 올해 하락률은 30%를 웃돌며 아시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시장 불안은 경제 전망과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 부담 속에 원자재 수출 통제 확대 가능성, 국가신용등급 강등 우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연례 시장 분류 심사를 앞둔 점 등이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증권사 BCA 세쿠리타스(BCA Sekuritas)의 분석가 펠릭스 다르마완(Felix Dharmawan)은 “최근 매도세는 루피아 가치 하락 영향이 크다”며 “원유 수입 비용 증가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우려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상급식(MBG)을 둘러싼 논란과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추가 악재가 없는데도 증시와 환율이 동시에 급락한 것은 시장 신뢰가 매우 취약한 상태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의 추가 대응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BI가 시장 개입을 확대하고 이르면 이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인 자금도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인도네시아 주식 33억 달러(약 4조5000억원), 채권 6억5300만 달러(약 8900억원)를 순매도했다. 시장에서는 1만8000루피아 선이 완전히 무너질 경우 자금 유출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BI는 최근 루피아 표시 채권 발행과 달러 매입 규제 강화 등의 조치를 내놓았으며, 지난달에는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다음 통화정책회의는 오는 18일 열린다.
증시 규제 당국도 시장 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이달 말 예정된 MSCI 연례 시장 분류 심사와 일부 대형주 편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신용평가사 피치는 유가 보조금 부담과 루피아 약세가 국가 신용도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보유액이 크게 감소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피치는 지난 3월 인도네시아의 장기 외화표시 발행자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다만 국가 신용등급은 투자적격 수준인 ‘BBB’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외환보유액은 3월 1482억 달러에서 4월 1462억 달러로 감소해 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루피아 방어를 위한 BI의 시장 개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인니투데이 경제부
[저작권자(c) 인니투데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