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에서 산불이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연무에 노출된 주민들의 건강 피해가 커지고 있다. 8월 중순 이후 7개 주에서 발생한 급성 호흡기 질환자가 33만명을 넘어섰다.
27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산불 피해가 심각한 중부칼리만탄주 주도 팔랑카라야(Palangka Raya)에서만 1만1000명 이상이 호흡기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다. 주민들은 호흡곤란과 기침, 인후통, 눈 충혈 등을 호소하고 있다.
현지 보건 당국자 리두안(Riduan)씨는 호흡기 질환자가 17~59세에 집중됐다며 대기오염이 심해도 일터로 나가야 하는 주민들의 피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건설 노동자인 수다르소노(Sudarsono·57)씨도 집 근처로 번지는 불을 끄려다 건강이 악화됐다. 친구 3명과 진화 작업에 나선 뒤 몸에 이상이 생겼고, 지난주 산소를 공급받으며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다.
그는 “마스크와 보안경을 착용했지만 사방이 연기로 뒤덮여 더는 버티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불길이 휩쓴 집 뒤뜰에는 검게 탄 나무 그루터기와 매캐한 연기만 남았다.
수다르소노씨는 “산불과 연무가 사라져 사람들이 안심하고 일하며 생계를 꾸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산불 연기에는 포름알데히드와 시안화수소, 암모니아 등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 초미세먼지(PM2.5)는 폐 깊숙이 침투해 혈류로 유입될 수 있어 심각한 건강 위험을 초래한다.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연무 피해 주민을 위한 무료 진료·산소 공급 시설을 전국에 약 500곳 설치했다. 이 가운데 약 300곳이 중부칼리만탄주에 마련됐다. 주정부도 팔랑카라야 일대에 산소통을 갖춘 버스를 투입해 주민들의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눈 충혈과 따가움, 인후통, 기침에 시달려온 주민 시띠 주미아띠(Siti Jumiati)씨는 지난 24일 이 버스를 찾았다. 그는 “이곳에서 무료로 산소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정부기구(NGO)가 운영하는 대피소에서도 환자 치료가 이어지고 있다. 주민 알렉산드라 수리야 합사리(Alexandra Surya Habsari·43)씨는 호흡곤란과 두통으로 산소 공급과 흡입 치료를 받았다. 그는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을 이미 한참 넘어섰다”고 토로했다.
알렉산드라씨는 매일 20분 걸리는 출근길조차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는 “푸른 하늘과 햇빛을 보고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 우리가 들이마시는 것은 독”이라고 말했다.
연무가 국경을 넘어 확산하면서 이웃 국가들도 항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올해 인도네시아 산불은 2015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산림파괴 감시 플랫폼 ‘누산타라 아틀라스’는 올해 1∼9월 인도네시아에서 산불로 192만 헥타르(㏊)가 불탔다고 추정했다. 서울 면적의 약 32배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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