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회의에 미얀마 초청…
아세안 내부 의견 엇갈려
미얀마와 협력 관계를 이어온 태국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서 사실상 배제된 미얀마 군정을 다시 참여시키기 위해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로이터통신과 이라와디 등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지도자 수준에서 미얀마가 아세안에 완전히 다시 참여하는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비공식 장관급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돈 쁘라뭇위나이 태국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아세안 각국 외교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난달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있었던 논의에 대한 후속 조치”라며 “당시 이에 분명히 반대하는 의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얻는다면 그 후에는 정상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제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콕에서 18~19일께 열릴 것으로 알려진 회담에는 미얀마 군정 외교장관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다른 아세안 회원국의 참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인도네시아는 참석을 거부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는 2020년 11월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두자 이듬해 2월 쿠데타를 일으키고 반대 세력에 대한 유혈 진압을 계속해왔다.
아세안은 2021년 4월 미얀마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 사령관이 참석한 특별정상회의에서 미얀마 내 폭력 중단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군정이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고, 아세안은 미얀마의 참여를 배제해왔다.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성과를 얻지 못한 가운데 아세안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싱가포르, 필리핀 등은 강경한 대응을 주장했다. 반면에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등은 내정 불간섭 원칙을 내세우며 침묵하는 입장이었다.
미얀마와 마찬가지로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가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태국은 특히 미얀마 군정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태국은 지난해 12월에도 미얀마 군정 측을 초청한 가운데 미얀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아세안 비공식 회의를 열었다. 지난 3월에는 중국, 인도, 미얀마, 태국, 인도네시아 등 각국 민관이 참석하는 ‘1.5 트랙’ 회의가 방콕에서 열렸다.
미얀마 군정과 아세안을 다시 연결하려는 태국의 시도에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은 “미얀마 군정 지도자나 외교장관 등과 다시 관계를 맺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지난 2년여간 그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신호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필 로버트슨 아시아 부국장은 “태국은 지역의 다른 국가들이 피하는 미얀마 군정 측을 회의에 초대하는 오만함을 보였다”며 “미얀마 위기 해결을 위한 아세안의 노력이 매번 방해받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