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송 도중 무더기 질식사 ‘탁바이 사건’…
책임자 처벌 끝내 무산
태국에서 20년 전 무슬림 시위대 78명이 군경 호송 도중 숨진 사건이 끝내 책임자 처벌 없이 공소시효를 마치게 되자 태국 총리가 사과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현지 매체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전날 이른바 ‘탁바이 사건’과 관련해 “일어난 일에 깊이 슬퍼하며 정부를 대표해 사과드린다”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정치 쟁점화해서는 안 되며, 25일 끝나는 20년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므로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탁바이 사건은 패통탄 총리의 부친인 탁신 친나왓 총리가 집권 중이던 2004년 10월 발생했다.
무슬림 밀집 지역인 남부 나라티왓주 탁바이에서 군과 경찰이 무슬림 시위대 약 2천명을 강제로 해산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7명이 총에 맞아 숨졌고, 이어 체포된 시위대가 트럭 화물칸에 겹겹이 눕혀진 채 군부대로 호송되던 도중 78명이 질식사했다.
참사 이후 남부에서 무슬림 분리주의 테러가 거세지면서 7천500여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군경 책임자들이 아무도 기소되지 않은 가운데 25일 24시에 20년 공소시효가 만료되면 책임자 처벌의 길은 사라진다.
태국 당국은 올해 공소시효 만료가 다가오자 부랴부랴 책임자들을 법정에 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들이 모두 사라져 진전은 없었다.
지난 8월 나라티왓주 법원은 희생자 유족들이 관련자 7명을 상대로 낸 형사 소송을 받아들였으나, 피소된 이들은 모두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어 태국 검찰도 전직 군경 관계자 8명을 기소했지만, 이들 역시 소재 불명인 상태다.
당시 육군 4군 사령관으로 책임자 중 최고위급인 삐산 와타나웡끼리 장군은 탁신 전 총리의 친구로서 지난해 집권당 프아타이당 소속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는 형사 소송에 피소되자 지난 14일 신병 치료를 이유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해외로 출국했다.
이에 대해 태국 경찰은 그간 용의자들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추적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공소시효가 끝나면 법원은 오는 28일 관련 기소를 공식 기각하고 사건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탁바이 사건과 관련해 2012년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당시 총리는 희생자 유족들에게 750만 밧(약 3억800만원)씩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어 2022년 탁신 전 총리가 이 사건에 대해 사과했지만, 책임은 전혀 지지 않았다.
유족들은 이날 희생자 추모 집회를 열어 재차 사법 정의를 촉구하기로 했다.
탁바이 사건으로 오빠를 잃은 칼리자 무사는 AFP 통신에 “당연한 정의가 이 나라에는 없다”면서 “이는 공평하지 않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유족 측 변호인인 랏사다 마누랏사다는 “사건 시효는 만료됐지만 역사와 기억은 그렇지 않다”면서 “가해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유족들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은 불교 국가지만, ‘딥 사우스’로 불리는 나라티왓, 얄라, 빠따니 등 남부 3개 주와 송클라주 일부는 종교, 인종, 문화적으로 이슬람권인 말레이시아와 더 가깝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