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틱톡에 방지 지시…
호주는 성착취물 제작 딥페이크 차단 추진
싱가포르·말레이시아·호주 등 각국이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사기·가짜뉴스·딥페이크에 맞서 규제 강화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고 페이 밍 싱가포르 내무부 차관은 전날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에 정부 공무원을 사칭하는 사기 방지 조치를 시행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100만 싱가포르달러(약 10억8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고 차관은 “페이스북이 이런 사칭 사기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메타에 지시하게 됐다”면서 “이런 사기를 억제하기 위해 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경찰이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싱가포르 국민의 소득이 높아 “매우 매력적인 사기 대상”인데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아 사기꾼들이 공무원을 자주 사칭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경찰에 따르면 상반기 공무원 사칭 사기 건수는 1천762건으로 전년 동기(589건)의 3배로 불어났으며, 피해 금액도 총 1억2천650만 싱가포르달러(약 1천370억원)로 전년 동기(6천720만 싱가포르달러)보다 88.2% 급증했다.
올해 싱가포르에서는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의 딥페이크 이미지나 영상을 이용한 가상화폐 투자 사기가 적발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신고된 모든 전자상거래 관련 사기의 3분의 1 이상이 페이스북에서 벌어졌으며, 6개 전자상거래 마켓플레이스 가운데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가 사기 방지 기능에서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싱가포르 내무부는 전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또 영상 플랫폼 틱톡에 대해서도 내년 2월 말까지 법규에 따라 사기·사이버 범죄 대응 조치를 시행하도록 했다.
싱가포르와 인접한 말레이시아에서도 경찰이 이날 가짜뉴스 등 유해 콘텐츠 늑장 대응 문제로 틱톡 경영진을 소환, 이용자 연령 확인 시행 등을 촉구했다.
파흐미 파질 말레이시아 통신부 장관은 경영진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틱톡의 유해 콘텐츠 규제 노력에 대해 “매우 불만”이라면서도 틱톡이 문제 해결을 위해 당국과 협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령 확인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면서 필요한 경우 기업에 대한 처벌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흐미 장관은 메타와 엑스(X·옛 트위터) 관계자들도 소아성애 이미지 등 유해 콘텐츠 유포 혐의로 소환해 비슷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올해 초부터 800만 명 이상 사용자를 가진 플랫폼·메신저는 당국의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서비스를 할 수 있다.
호주 정부도 인공지능(AI)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 착취물 제작이나 온라인 스토킹 도구 사용을 막도록 법으로 정보기술(IT) 기업들을 규제하기로 했다.
애니카 웰스 호주 통신부 장관은 지난 2일 성명에서 딥페이크를 이용해 나체 이미지를 만드는 ‘누디파이'(nudify) 앱이나 스토킹 앱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호주에서는 이 같은 앱이 온라인에서 폭발적으로 퍼지면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웰스 장관은 딥페이크와 관련해 “이미지는 가짜이지만, 그 피해는 매우 현실적”이라면서 “사람들, 특히 우리 아이들을 학대하고, 굴욕감을 주고, 해를 끼치는 데만 사용되는 앱과 기술은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규제 도입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와 협력해 가능한 한 빨리 관련 법안을 의회에 상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온라인 안전 규제 기관 ‘e세이프티’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딥페이크 등 디지털 방식으로 변조된 사생활 이미지로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사례가 지난 18개월 동안 두 배 이상 늘었으며, 이 중 약 80%는 여성을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정부는 올해 말부터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이용을 전면 차단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