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1∼2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에 미국과 중국, 러시아 외교수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중, 미·러 간 회담이 성사될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미 국무부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필리핀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미국과 중국처럼 크고 강력한 두 나라 사이에는 마찰과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도 “양국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관계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왕 주임과의 회담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의제는 사전에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중국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당시 배석자로 만난 바 있다.
중국도 왕 주임의 회의 참석을 발표했지만 루비오 장관과의 회담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상황은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의 회담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루비오 장관은 회의 기간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외교장관들과 인도·태평양 정세를 논의한다. 올해 아세안 순회 의장국이자 개최국인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도 만날 예정이다.
22일에는 조현 외교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열고 한반도 문제와 안보 협력, 지역·국제 정세, 경제안보 협력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왕 주임은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교부 장관과도 회담할 예정이다. 양국 외교수장의 만남은 2024년 7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이후 2년 만이다.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양국의 대립이 다시 격화한 가운데 이번 회담이 갈등 완화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중국은 지난달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과 가족에게 입국 금지 등 제재를 가하고 필리핀과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대륙붕 경계 획정 협상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이번 회의에서 최근 다시 격화된 중동전쟁을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동남아 국가 외교관 2명은 AP통신에 회원국들이 사태에 우려를 표하고 양측에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석유와 가스 상당량을 중동에 의존하는 동남아 국가들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불안에 직면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마저 다시 위협받는 상황이다.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 집중하며 군사력을 중동에 분산한 가운데 아세안 국가들은 남중국해와 대만에서 중국의 공세를 억제하겠다는 미국의 공약에 대한 우려를 루비오 장관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왕 주임과 남중국해에서 국가 간 충돌을 막기 위한 행동강령 마련을 위한 협상 상황도 협의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최근 민 아웅 흘라잉 대통령이 이끄는 미얀마 정부와 5년여 만에 외교장관 회의를 재개한 아세안은 미얀마 내전 해법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인니투데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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