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전쟁 여파 무슬림 보이콧 장기화…
현지화·자산 매각 나서
가자 전쟁 이후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확산한 반(反)이스라엘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입은 미국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이 손실 만회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14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가자 전쟁이 발발한 지 2년 가까이 흘렀지만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은 여전히 스타벅스, 피자헛, KFC 등 미국 브랜드를 멀리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말레이시아 운영사인 베르자야 푸드 매출은 지난 1분기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했고, 순손실은 3천720만 링깃(약 123억원)으로 확대됐다.
말레이시아에서 KFC와 피자헛을 운영하는 QSR브랜즈는 2023년 세전 기준 4천960만 링깃(약 163억원) 이익을 냈으나, 작년에는 6천620만(약 218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맵 보가 아디페르카’의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800억 루피아(약 69억원)로 늘었다.
이 회사는 불매운동 이전 매년 70∼80개 매장을 열었지만, 10∼15개 수준으로 급감했다.
양국에서 불매운동 강도는 최근 다소 약해졌지만 미국 브랜드 매출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 불매운동 기간 서방 브랜드를 대체할 자국 브랜드도 성장해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서방 브랜드들은 할랄 인증, 가격 인하, 현지 인력 채용 확대, 현지 특화 메뉴 출시 등으로 소비자 마음을 돌리려고 애쓰고 있다.
스타벅스 말레이시아는 현지 바리스타들이 엄선한 음료를 선보이는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현지 유명 셰프와 협력해 만든 음식도 메뉴에 추가했다.
스타벅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변인은 “지역 사회와 유대를 강화하고 문화적 관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업체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현지 KFC를 운영하는 패스트푸드 인도네시아는 순손실 규모를 작년 상반기 3천488억 루피아(약 3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천387억 루피아(약 119억원)로 줄였다.
그러나 재무적 불확실성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달 현지 양계업체 지분 15%를 매각했다.
불매운동을 둘러싼 시선은 엇갈린다.
사메르 엘하자르 싱가포르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가자 지구 주민들을 위한 지원이나 정의 구현에 실질적인 진전이 없으면 불매 운동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37세 사업가 파리드줄은 “맥도널드와 KFC에서 많은 말레이시아인이 일하고, 많은 농가가 식자재를 공급한다”다”며 불매운동이 자국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