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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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와 인니어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남부 자카르타인들의 대화체

남부 자카르타 사람들은 영어와 인도네시아어 사이를 넘나들며 대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 : 언스플래시

남부 자카르타에 사는 사람들은 곧잘 영어와 인도네시아어 사이를 넘나들며 대화하곤 한다. 이런 식으로 두 언어를 뒤섞어 한 문장은 영어로, 다음 문장은 인도네시아어로 섞어 말하는 것이 일부 인도네시아인들 사이에서 일상의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회사에서는 영어를, 집에서는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하는 언어 전환은 상당수 남부 자카르타인들에겐 익숙한 일이다. 이것이 이른바 바하사 작셀(Bahasa Jaksel), 즉 남부 자카르타 말투다.

남부 자카르타의 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22세의 미셸 레즈키(Michelle Rezky) 역시 마찬가지다. 회사에서는 주로 영어를 쓰고 두 언어를 혼재해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다. 그녀의 주변인들을 포함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영어와 인도네시어어를 섞어쓰고 있다.

남부 자카르타에는 2가지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바이링구얼(Bilingual)들이 많은데 이들은 외국 문화를 쉽게 접하는 사람들로 변화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 심지어 자신들이 두 언어를 혼재해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할 때도 있다.

미셸은 이것이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러한 말투나 대화법은 이미 남부 자카르타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전체로 번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문학 석사 나디아 이자투니사(Nadia Izzatunnisa)는 두 언어를 스위치하여 사용하는 언어 구사는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콩글리시(Konglish)나 싱글리시(Singlish)처럼 ‘인도글리시(Indoglish)’의 출현은 세계화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물론 어떤 인도네시아인들은 영어로 말하는 능력을 특권처럼 여기기도 하여 대화속에 영어 단어를 일부러 끼워 넣기도 한다. 영어 구사능력을 자신이 상류층임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다.

언어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코드믹싱(Code-mixing)이라고 한다. 언어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서, 화자(話者) 스스로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의 한계를 푸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남부 자카르타 말투가 출현한 것은 그만큼 인도네시아에서 영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음성주석가이기도 한 나디아는 인도네시아어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진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몇 가지 예를 들었다. 새로운 단어들이 은어나 비공식적 대화체에서 인도네시아어 사전에 포함되었는데 바뻐르(Baper -지나치게 감성적인), 마거르(Mager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텔레비젼만 보는 사람), 께뽀(Kepo – 꼬치꼬치 캐묻고 참견하다) 등이 그것이다.

언어를 섞어쓰는 대가
하지만 언어를 섞어 쓰는 것은 영어를 인도네시아어에 통합시키는 형태여서 어떤 면에서는 모국어를 교란시키는 ‘비민족주의적’ 행동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인들 중에는 민족의 선구자들이 ‘청년의 맹세’(Sumpah Pemuda)에서 요구한 것처럼 인도네시아인이라면 올바른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는 인도네시아어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언어 활동가들이 많다.

코드믹싱 현상이 궁극적으로 인도네시아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나디아는 “말레이시아에서는 ‘로작 랭귀지(Rojak language)’라 불리는 과도한 코드스위칭으로 인해 일상대화에서조차 사라진 단어들이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로작 랭귀지란 과일과 야채를 섞은 샐러드음식인 루작(Rujak)에서 비롯된 단어로 ‘섞여버린 언어’라는 뜻이다.

자카르타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중부자바 출신의 22세의 밀리아나 에밀(Milliana Emil)은 바하사 작셀을 잘 알고 특별히 거부감도 없지만 직접 구사하진 않는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온전히 인도네시아어만 사용할 때 보다 영어를 섞어 쓰면 특정 영어 단어가 조명하는 구체적인 의미가 부각되어 더욱 이해하기 쉬워진다는 점이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려울 수 있지만 에밀의 경우 바하사 작셀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저 멋으로 구사하다가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에밀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가 중요하다.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잘 구사할 수 있다면 스마트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근본없이 마구 섞어 쓰기만 한다면 겉멋 든 사람 취급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숙제들
바하사 작셀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미셸은 정도를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언제 누구와 대화할 때 사용할지를 먼저 생각하라는 것이다. 이 얘기는 결국 온전히 인도네시아어를, 온전히 영어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나디아는 언어도 진화하기 때문에 코드믹싱 대화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강조한다. 언어의 순수성 보존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제재나 간섭이 있을 수도 있고, 인도네시안인으로서 모국어를 우선 순위로 두는 것이 당연하지만 언어도 시대와 트랜드를 따라간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니투데이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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