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의 차남 카에상 팡아릅(Kaesang Pangarep, 28)이 인도네시아 연대당(PSI) 입당을 공식화한 지 이틀 만에 당대표로 선출되었다.
25일 중부 자카르타에서 열린 전당대회(Kopdarnas)에서 PSI는 만장일치로 카에상 팡아릅을 신임 당대표로 추대했다. 이로써 카에상은 2028년까지 PSI의 당대표 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날 조코위의 대선 당시 모습을 연상케 하는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등장한 카에상은 수락 연설에서 “아버지로부터 영감을 얻어 정치에 입문하게 되었다”며 “이전 세대가 이룬 ‘선한 업적’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PSI가 아직 원내 입성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PSI를 선택하게 했다”며 “2024년에는 PSI가 더 큰 정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분들과 함께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블로거, 유튜버, 외식사업가 등으로 활동한 카에상은 올해 초 돌연 서부자바 데폭(Depok) 시장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주목을 받았다.
25일 로이터 통신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능통한 청년 정치인들이 내년 인도네시아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에상은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서 각각 팔로워 300만명 이상을 보유한 인플루언서이자, 중부자바주 솔로시 축구팀의 구단주로 활동하고 있다.
PSI는 보수 일색인 인도네시아에서 몇 안 되는 좌파 정당에 속한다. 전직 뉴스 앵커 출신의 언론인 그레이스 나탈리 루이자(Grace Natalie Louisa)가 2014년 창당했다.
청년정당을 표방하며 당원 대부분이 20~30대 젊은층인 PSI는 조코위를 지지하는 충성 정당으로, 25일 전당대회에는 대통령의 자원봉사자들도 다수 참석했다.
조코위의 충성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2019년 선거 이후 투쟁민주당(PDI-P)과 갈등을 겪어왔고, 급기야 지난 달에는 PDI-P의 대선후보 간자르 프라노워(Ganjar Pranowo)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PSI가 프라보워 쪽으로 돌아섰다는 추측만 무성한 가운데 결국 당은 공식적으로 프라보워 지지를 선언했다.
국립연구혁신청(BRIN)의 정치분석가 피르만 누르(Firman Noor)는 “PSI가 당내 유능한 인사 대신 카에상을 당대표로 추대한 것은 매우 나쁜 선례”라며 “단기적 이익을 위해 대통령 일가와 손잡고 내부 인사 양성을 포기한 정당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피르만은 PSI가 조코위 가문의 새로운 정치적 수단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조코위 대통령과 PDI-P 수장인 메가와티(Megawati Soekarnoputri)와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피르만은 이어 PSI가 2024년 선거에서 그 가치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카에상의 정계 진출을 부친인 조코위 대통령으로부터 이어지는 정치 왕조 구축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PDI-P 소속인 조코위 대통령이 이미 2019년 총선 때부터 카에상의 정계 진출을 통해 PSI와 손잡고 권력을 이어나갈 준비를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니투데이 정치부
[저작권자(c) 인니투데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